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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나랏돈 '수혈'…권역외상센터 17곳, 제 기능 하나

입력 2019-01-15 20:19 수정 2019-04-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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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식 기자]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이 본격 제기된 것은 지난 2010년 피랍된 석해균 선장의 치료 과정에서였습니다.

실제 2009년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 사망률은 35.2%였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살 수도 있던 사람이 10명 중 3.5명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우리나라의 절반인 15% 수준을 매년 유지 중입니다.

이후 7년 동안 정부는 수천억 원을 들여 권역외상센터 17곳을 지정했습니다.

과연 나아졌을까요?

2016년 예방 가능 사망률은 30.5%.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발전된 의료기술이나 투입된 돈을 감안하면 제자리 걸음입니다

일본 수준은커녕 복지부가 2020년 목표했던 20%에는 훨씬 못미칩니다.

도대체 이 권역외상센터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5년 동안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병원이 전출한 외상 환자 수를 살펴봤습니다.

3년간 1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사실상 환자를 거부하는 것인데 그러면 이 외상센터 안에서는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김도훈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김도훈 기자]

대전지역 권역외상센터 앞입니다.

대형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 위급한 중증외상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요.

안에는 어떤 환자들이 있는지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병원 응급실과 외상센터 입구가 같습니다.

의료진들이 입구에서 중증 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보냅니다.

다발성 골절이나 출혈 등으로 생명이 위독한 경우가 중증으로 분류됩니다.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로 확인한 중증외상환자는 12명.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응급실과 외상센터는 팻말로만 구분됩니다.

외상진료구역에 놓인 병상은 10여 개.

그런데 중증 외상 환자들이 있어야 할 병상에서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70대 외상 여성환자가 전화통화를 하는 것입니다.

[외상센터 환자 : 여기서 하루 종일 기다리라는데?]

맞은편 병상에는 경증환자로 분류되는 노란색 카드가 붙어있습니다.

수액주사를 맞는 아이는 의료진 질문에도 곧바로 반응합니다.

[외상센터 의료진 : 답답해?]

팔 보호대를 차고 엑스레이 촬영을 기다리는 한 학생.

잠시 후 중증외상진료구역 침상에 눕습니다.

얼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찾은 한 남성이 외상진료구역에서 진료를 받습니다.

[혹시 얼굴에 흉 지나요? (흉 지죠.)]

진료비를 계산하고 나선 남성을 쫓아가 봤습니다.

[외상센터 환자 : 이렇게 걸어가다가. (빙판길에 넘어지셔서?) 네. (얼마나 꿰매신 거예요?) 15바늘 정도 꿰맨 거 같은데요.]

진료비 영수증에는 외상센터가 아닌 응급실 일반 진료라고 적혀 있습니다.

진료한 의사는 이 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담당 전문의입니다.

생명이 위독한 중증 환자를 맡아야 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의는 일반 진료는 가급적 보지 않아야 합니다.

[을지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내부 관계자 : 막 피 튀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거예요. 권역외상센터 전담의를 이중으로 일 시키면서 병원에서 착취를 하는 거죠. 자기 돈 안 쓰고요.]

을지대병원 측은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 모두 담당 의료진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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