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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납금 맞추려 화장실도…" 택시기사 열악한 하루

입력 2018-12-19 21:40 수정 2018-12-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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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내일(20일) 하루 대규모 파업에 들어갑니다. 승차 거부, 난폭 운전. 택시에 대한 시민들 시선이 관대하지만은 않은 이유 겠지요. 모든 택시가 그런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카풀로 인한 갈등은 뒤로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사납금 문제입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무섭게 달려도 손에 쥐는 것은 없는 법인택시기사들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밀착카메라는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새벽 4시 인천의 한 택시회사 앞입니다.

택시기사들의 일은 보통 이 시간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12시간 또는 24시간 동안 이뤄지는데요.

오늘은 12시간 동안 택시기사 이씨의 노동을 관찰하며 동행해보겠습니다.

새벽 4시, 동트기 전 운전대를 잡는 이경호씨.

[이경호/법인 택시기사 : (오늘 수입) 12만원에서 13만원 선 예상하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출근 시간까지 태운 손님은 모두 10명.

5만4000원을 벌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식사를 하러 기사식당으로 향하는 시간.

[이경호/법인 택시기사 : (식비는) 우리가 내는 거죠. 회사에서 밥 주는 데가 없어요.]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집니다.

아침보다 손님은 줄어든 반면, 도로의 택시들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단말기에 뜬 콜이 1~2초만에 사라집니다.

오후 3시 30분, 근무 종료 30분 전.

연료를 채우고 세차 후 영업을 종료해야 합니다.

오후 4시 택시기사 이씨의 일이 끝났습니다.

오늘 하루 승객을 태워 번 돈은 11만1800원입니다.

주행시간은 11시간, 주행거리는 173km 였습니다.

[이경호/법인 택시기사 : 오늘은 영업이 좀 덜 됐어요. 한 2만~3만원 정도.]

이씨는 이렇게 한달에 25일을 일해, 300만 원 정도를 법니다.

문제는 택시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 250만 원입니다.

이씨의 월급구조를 살펴보면, 약 98만 원을 임금으로 받고 사납금을 초과해 번 돈의 60%를 추가로 가져갑니다.

하루 12만원을 벌면 한달 128만 원, 15만 원을 벌면 203만 원을 받는 것입니다.

[이경호/법인 택시기사 : 사납금을 맞추려 무리하게 운행하고 과속하고. 한 명이라도 더 태워야 수입이 느니까. 손님한테 친절할 수도 없죠.]

지난 2016년 서울노동권익센터 조사에 따르면 2교대 택시기사의 월 평균 급여는 166만 원입니다.

[A씨/법인 택시기사 : 화장실도 어떨 때는 얼굴이 열이 나게 참아야 해요. 사납금 채워야 되니까. 보통 아홉 시간 정도 해야 채우죠.]

운수사업법과 국토교통부 훈령에 따르면 택시는 사납금제가 아닌 월급제를 택해야하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에서는 사납금제 폐지를 주장하는 택시기사 김재주 씨가 472일째 고공농성 중입니다.

[김재주/고공농성자 : 장시간 노동의 폐해가 되는 거고 결국은 사납금제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볼 수 있죠.]

김씨 농성이 이어지면서 전주의 일부 택시회사들은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적용했습니다.

[월급제 적용 택시기사 : 벌면 버는 대로 마음이 편해. 사고 날 이유도 없을 것 같고.]

하지만 일부 기사들은 사납금제 폐지를 반대하기도 합니다.

[전주시청 시민교통과 : 일부 신용불량자가 있는데 월급제로 하게 되면 통장에 돈이 들어가서 압류해 나간다…사납금제는 일단 돈이 내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거잖아요.]

일각에서는 기사들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를 우려합니다.

[이양덕/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택시회사 연합)상무 : 월급제를 시행한다 그러면 사업주의 경영상태가 되냐는 거죠. 그럼 이건 정부의 지원 없이는 힘든 부분인데.]

이 때문에 사납금 폐지와 함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청 택시물류과 : 적극적으로 손님을 태울 유인은 없잖습니까. 강제배차라든가 성과급적인 게 가미된 새로운 룰이 필요할 겁니다.]

내일은 택시업계가 10만 명 규모의 카풀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내막에는 사납금 등 택시기사의 열악한 근로 환경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야 조금씩 나오는 개선 시도들을 정부가 이번만큼은 섬세하게 조정해야합니다.

(인턴기자 : 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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