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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입력 2018-12-03 12:01 수정 2018-12-03 16:05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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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 "맹세코 난 머리 감았다"

디지털뉴스룸 이수진 PD는 부서 내에서 모자 애호가로 유명하다.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쓰고 다니며, 야근이 있을 땐 더 하다. 근데 그가 고민 아닌 고민을 토로했다. 요즘 날씨가 추워져 비니를 자주 쓰는데, 그때마다 머리가 간지럽다는 거다. 쓰고 얼마 되지 않아 이마부터 가렵기 시작한단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그렇지만 주변에서 이상한 오해를 할까 마음대로 긁지도 못한다. 어쩌다 누가 '머리 좀 감으라'고 농담을 던지면 괜히 억울하다. 아침에 머리도 감았고 잘 말렸는데 말이다. 소탐대실에 사연을 설명하던 중에도 그는 정말 머리를 감았노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도 털모자를 썼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왜 비니를 쓰면 머리가 가려울까? 머리도, 모자도 모두 깨끗한데 말이다. 이제 그 이유를 알아보려 한다. 이 PD를 비롯한 많은 비니 이용자들이 지금껏 겪었던 억울함(?)을 풀기 위한 해명이자 항변이다. 소탐해보자.


■ 다른 사람들도 가려워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지 주변에 물었더니 생각보다 많았다. 비니가 겨울 스포츠웨어로 많이 쓰여서일까,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특히 공감했다. 서울대 스키 동아리 인터스키부에서 활동하는 김태우씨도 그렇다. 전에는 스키장에서 종종 비니를 착용했지만 이젠 아니다. "비니를 쓰면 머리가 너무 가려워서 이제는 그냥 헬멧만 착용하다"고 했다.
다른 스노보드 커뮤니티를 봐도 비슷한 고민을 찾을 수 있다. 누군가 가려움의 해결법을 물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아크릴 알레르기니 혼용 제품을 써라, 두피가 상하고 있으니 환기를 자주 해라 등 댓글 의견도 다양했다.
해외 커뮤니티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들도 왜 가려운지 궁금해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국내외 커뮤니티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소재, 땀, 피부 건조 등이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걸 알 수 있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들일까?


■ 일단 써보자

원인을 알려면 먼저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직접 써보기로 했다. 한 SPA브랜드 매장에서 평범한 비니를 사왔다. 사연의 당사자인 이수진 PD를 포함, 총 3명의 피실험자에게 이를 착용하도록 했다. 피실험자의 모발 길이는 장발, 단발, 쇼트 커트로 다 달랐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관찰 방법은 이렇다. 실내외에서 각각 15분 동안 비니를 착용하고 앉아 있는다. 그 사이 머리에 가려움증이 나타날 경우 해당 부위에 스티커를 붙인다. 가려움이 계속되거나 강도가 세지면 한 곳에 여러 개의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 자세한 관찰 내용은 상단 영상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비니를 써보니 피실험자 셋 모두 가려움을 느꼈다. 머리가 길든 짧든, 실외든 실내든 말이다. 가려움의 느낌,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었다. 그런데 가렵다고 지목한 부위가 서로 겹친다. 주로 이마와 뒤통수다.

피실험자들에게 소감을 물었는데, 그 중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있었다.
 1.   비니가 닿는 맨살(이마, 귀 등)이 거칠게 느껴졌다.
 2.   찌릿찌릿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3.   많이 조이는 부분이 더 가려웠다.
 4.   실외에서 실내로 이동할 때 갑자기 더 가려웠다.

관찰 내용과 피실험자들의 의견, 그리고 앞서 살펴봤던 커뮤니티 게시글 등을 바탕으로 우린 크게 4가지 키워드를 꼽아봤다. 소재, 정전기, 압박감, 그리고 열이다. 이들이 비니를 쓸 때 가려움을 가져오는 요인들이 맞는지, 하나씩 확인해보자.
단 사용자가 별다른 피부 질환이 없고, 머리와 모자의 청결 상태가 정상이었을 때를 전제로 한다.


■ 가능성 ① 소재가 거칠어서?

거친 소재로 만든 비니라면 착용감도 좋지 않을 거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울(wool)이다. 다른 섬유에 비해 굵은 편이라 촉감이 거칠다. 하지만 보온성이 좋아 겨울 의류에 많이 쓰이는데, 비니에도 마찬가지다.
울 소재 비니가 가렵다는 의견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0년 전에 발행된 한 스키 잡지에는 이런 글이 실리기도 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이예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울 소재가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 아토피 환자들에게도 울 대신 면 소재의 옷을 입으라고 권한다."고 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보다시피 천연 소재 중에서도 울은 상당히 거친 축에 속한다. 다만 모든 울이 그런 건 아니다. 김종준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울도 종류마다 굵기가 다양한데, 가는 울로 만든 제품은 피부에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보통 굵기가 얇을수록 고급 울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일 중요한 건 굵은 소재를 쓰더라도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거라고 덧붙였다.

이후 의류 매장들을 돌면서 조사하다가, 그 점이 반영된 제품을 발견하기도 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울로 만든 비니지만, 이마가 닿는 곳은 면으로 마감해 가려움을 덜 느끼도록 했다. 울의 보온성과 질감, 그리고 면의 편안한 착용감을 적절히 조합한 것 같았다.


■ 가능성 ② 정전기 때문에?

그럼 관찰실험에서 머리가 가려웠던 건 울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때 쓴 비니들은 모두 아크릴 100% 제품이다. 매장 조사에서도 중저가 비니들은 아크릴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울도 아닌데 왜 가려웠을까? 아크릴도 실을 굵게 뽑으면 피부에 자극이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실험에서 착용한 비니의 섬유 굵기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정전기 때문은 아닐까? 겨울에 잘 생기지 않나. 모자와 머리 사이에 발생한 정전기가 두피를 자극한 게 아닐지. 피실험자도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크릴은 울보다 정전기가 쉽게 발생하는 소재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하지만 정전기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범준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정전기 자체가 비니 속 가려움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정전기가 생긴다는 건 그만큼 주변이 건조하단 것이고, 그럼 가려움을 느끼기 쉽다"고 했다.


■ 가능성 ③ 압박을 받아서?

관찰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부위, 어디였는지 기억하시나? 그 결과를 다시 살펴보자.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이마와 뒷통수의 가려움 빈도가 가장 높았다. 비니가 머리에 고정되는 부분, 즉 압박감이 가장 심한 곳이다.
압박감과 가려움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예진 교수는 "바지를 입을 때 눌리는 곳이나 속옷 경계가 가려움증이 많은 것처럼, 압력이 계속 가해지는 곳이 더 가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2010년 스키니진 압박감에 대해 조사한 연구가 있었다. 당시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스키니진 착용으로 피부 트러블을 겪은 응답자가 14%였다. 그 중 절반 이상이 가려움 또는 간지러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근데 오히려 비니를 벗고 나서 더 가려울 때도 있다. 압박이 풀렸는데 왜 가려울까? 꽉 끼는 양말을 신었다가 집에 와서 벗었을 때 그 부위가 가려웠던 경험, 한 번 쯤 있으실 거다. 특히 양말 밴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곳 말이다.

김범준 교수에 따르면, 가려움증 매개체들은 보통 표피에 존재하는데 압박이 전해지면 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물길을 막힌 댐처럼 말이다. 그러다 압박이 풀리면서 확 퍼지는데, 그때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거다.


■ 가능성 ④ 열이 나서?

머리에 열이 나서 가려운 건 아닐까? 요즘 같은 날씨에 비니를 써봤자 얼마나 더워지겠냐 하시겠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착용 중에는 잘 못 느낀다. 우리 피실험자들도 그랬다. 근데 실험이 끝나고 모자를 벗을 때 다들 땀이 식는 듯한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두피 온도가 올라갔던 거다.

열과 가려움증도 연관이 있다. 김범준 교수는 "가려움증을 느끼는 발리노이드 수용체는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더 활성화된다. 가려운 곳에 얼음을 갖다 대면 덜 가려운 게 그런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예진 교수 역시 "열 현상과는 별개로 땀 자체가 피부에 자극을 줘 가려움을 느낄 수 있다. 땀을 잘 흡수하고 통풍이 잘되는 모자를 쓰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 비니 쓴 당신은 결백하다

비니 쓸 때 머리가 가려운 이유, 딱 하나만 꼽을 수는 없다. 제품의 소재, 압박감, 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이다. 개인차도 심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건 말할 수 있겠다. 머리를 감지 않아서 가려운 게 아니란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머리와 모자 상태가 정상이었을 경우다.) 가려우면 망설이지 말고 긁자. 일시적인 가려움은 괜찮다.
안 씻었다는 누명, 이제 받지도 주지도 마시라.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출처 : SpongeBob SquarePants (Nickelodeon)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진원, 이지연

 
[소탐대실] 비니 쓰면 왜 머리가 가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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