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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알렉산더 대왕이 전파한 향긋하고 달콤한 역사'

입력 2018-11-12 21:13 수정 2018-11-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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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이것은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을 통해서 아시아에서 그리스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후에 이것은 전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예술, 문학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도 했죠.

전쟁의 참혹함을 지나면서 전파돼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향긋하고 달콤한 역사.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귤' 입니다.

실은 우리에게도 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과일이었습니다.

< 탄라순력도 감귤봉진 >
제주 관아에서 귤을 상자에 넣어 봉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
(자료 : 국립제주박물관)

귤이 귀하고도 귀했던 조선 시대에는 해마다 음력 11월이면 제주에서 귤을 올려보냈는데 나라님은 귤이 도착한 것을 기념해서 과거시험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황감제.
: 왕이 제주에서 올라오는 황감(귤)을 유생들에게 하사하며 실시하는 과거시험

과거에 참여한 유생에게는 귤을 골고루 나눠주었다 하니, 시험도 보고 귤도 먹는 황감제는 긴장 속에서도 입은 즐거운 연례행사였던 모양입니다.

반대로 귤은 마음을 짓누르는 고통이기도 했습니다.

감귤 나무를 가진 자가 있으면…
괴롭게 징수하므로…
나무를 베고 뿌리를 없애는 자까지 있다

< 성종실록 >

이미 철이 지났으나…
나무에 달린 것이 있으면
가지에 붙어 있는 채로 올리라

< 연산군일기 >

감귤나무가 있으면 열매가 달렸건 달리지 않았건 백성은 수탈을 당했고 심지어 연산군은 귤 철이 아닐 때에도 귤을 보내라 독촉한 경우까지 있었다 하니…

귤나무를 원수 나무라 하여 뿌리째 뽑아 없애버리는 일마저 잦았다 합니다.

이 모든 사단은 귤이 너무 달고 맛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역사 속의 소동들이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한라산을 머금은 제주도산 감귤이 군 수송기에 실려서 북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귤에는 이런저런 의미와 해석들이 따라붙었지요.

간단히 생각해보아도 그 귤을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보낸 것은 아닐 테니…

이를테면 상대방의 답방을 바라는 이른바 마중물이라는 해석에서부터 심지어는 귤 대신 다른 것이 들어있을 거라는 의외의 상상력까지 동원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귤은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퍼질 때부터 전쟁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과정을 거쳤으니 그 귤이 가진 정치학은 원래부터 오묘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북으로 날아간 귤 또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겠으나…

귤이 회수를 건너니 탱자가 됐다는 얘기만 들려오지 않는다면…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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