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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뛰는 남북, 걷는 북미…'김여정 특사' 카드 나올까

입력 2018-10-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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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고난도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2차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질 것이라는 미 고위관계자의 언급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속도조절'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르면 열흘 내 열릴 고위급 회담에서는 미국의 폼페이오 장관,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2일) 청와대 발제에서는 남·북·미를 둘러싼 외교안보 속보를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 간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 나라를 돌면서 2개의 다자회의, 또 9개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졌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교황과의 만남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예상보다 훨씬 더 전향적인, 사실상 '수락'을 의미하는 답변을 이끌어냈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프란치스코/교황 (현지시간 지난 18일) : 이 올리브 가지를 대통령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로마의 예술가가 만든 것입니다. 평화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반대로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를 띄워 비핵화를 촉진하겠다는 문 대통령 구상에 국제사회는 오히려 CVID를 강조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명시적인 협력을 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15일) : 프랑스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이 비핵화가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해야 한다는 데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국제사회에서 반복해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청와대는 '제재 완화' 화두를 국제사회에 던졌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입장입니다. "CVID라는 용어 자체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본격적으로 제재완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안데르센의 동화를 인용해 평화에 대한 바람을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P4G 정상회의 기조연설 (현지시간 지난 20일) : 인류가 사랑하는 안데르센의 동화는 이런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결말을 원합니다.]

남북관계는 계속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상호 교류도 대북제재와 직결된 것을 제외한 전 분야로 확대했습니다. 오늘은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처음으로 남북 산림협력회담이 열렸고요. 26일에는 군사 공동위원회 구성을 협의하기 위한 장성급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립니다. 보건·의료·적십자 회담도 줄줄이 예고돼있습니다.

[김성준/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 : 이 소나무처럼 외풍과 역풍에도 흔들림 없이 정말 우리 역사적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해나간다면 이제 그 민족이 바라는 이러한 좋은 기대, 이런 성과들이 더 이룩된다고 생각되고…]

하지만 북·미관계는 남북관계만큼 속도가 나지를 않습니다. 특히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놓고 마치 스무고개를 하는 듯합니다. 고위 당국자가 내년 1월을 언급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북·미간 핵 담판이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20일) : 북한을 보세요. 우리는 북한과 전쟁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보십시오. 잘 될 겁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잘 될 겁니다. 미사일 발사는 없고, 우리의 인질들은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11월 중간선거 후에 만날 것"이라더니, 며칠 뒤에는 "두어달" 이제는 "내년 초"까지. 도대체 무슨 전략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책 '거래의 기술'을 보면 "지렛대를 이용하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회담 날짜가 바로 지렛대입니다. 정상 간 통 큰 결정이 시급한 북한에 비해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따라서 회담 시기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서 전향적 조치를 얻어내려는 전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첫 북·미정상회담 때 합의문이 부실하다는 자국 내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는데요. 당시 날짜부터 못 박은 후, 합의문 내용을 협의하는 바람에 회담 전날까지도 북한에 끌려 다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최대한 내용을 정리해 놓고 만나겠다는 뜻도 담겨있는 것입니다.

북한도 뿔이 났습니다. 회담 개최가 늦어지면 당초 연내 추진하고자 했던 종전선언, 또 2020년 달성을 목표로 한 경제 개발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선거 유세장에서는 좋은 관계라며 환한 웃음을 날리지만 제재 해제는 없다며 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두 얼굴이 아닌 한 얼굴로 상대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 속에 품은 생각과 겉에 드러내는 말이 다르다면 지금껏 힘겹게 쌓아온 호상신뢰(상호 신뢰)의 탑은 닭알(달걀)쌓기처럼 맹랑해지게 될 것이다]

고난도 신경전의 유일한 돌파구는, 빠르면 열흘 내 열릴 북·미 간 고위급 회담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북·미 실무협상이 지연되자,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 (현지시간 지난 19일 / 화면출처 : VOA) : 나는 열흘쯤 뒤에 여기서 나와 북한측 카운터파트 간의 고위급회담이 열리기를 매우 기대합니다. 우리 두 사람이 만나게 된다면 비핵화를 향한 또 다른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회담 상대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일지, 아니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만난 이용호 외무상일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회심의 카드'로 김여정 부부장이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요. 폼페이오 4차 방북 당시 유일한 회담 배석자이자, 김정은 위원장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실상의 비서실장입니다. 가는 것 만으로도 비핵화 실천에 더 센 '보증'을 하게 되는 효과가 있고 협상 재량권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뛰는 남북, 걷는 북·미…'김여정 특사' 카드 나올까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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