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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에 용서 구할 때"…'이중간첩' 이수근 49년 만에 무죄

입력 2018-10-12 08:06 수정 2018-10-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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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67년 3월, 김일성 수행기자 출신이자 조선 중앙 통신사 부사장이었던 이수근 씨의 망명은 당시 대선을 앞둔 박정희 정권에게는 엄청난 호재였죠. 중앙 정보부는 그를 '1급 판단관'으로 채용해서 남한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하지만 2년 뒤, 그는 제3국으로의 망명을 시도하다가 베트남에서 체포돼 압송됐습니다. 죄목은 이중 간첩이었고 사형 선고가 내려진 뒤, 집행까지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어제(11일) 법원이 사형 집행 49년 만에 이수근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이수근 씨는 1969년 1월 베트남 탄손누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을 떠나 중립국 스위스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귀순 직후부터 자신을 간첩으로 의심한 중앙정보부 감시를 못 견디고, 여권을 조작해 해외로 떠날 계획이었던 것입니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미리 기다리던 중앙정보부 관계자들이 이 씨를 체포했습니다.

이후 수사에서는 국가 기밀을 북한으로 빼돌리다 탈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졌습니다.

수사관들은 이 씨를 가둬두고 끔찍한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이 씨의 조서에는 간첩을 인정하는 가짜 자백이 담겼습니다.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고, 두 달 뒤 형이 집행됐습니다.

[배경옥/고 이수근 씨 처조카 : 재판할 때 간첩이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국가가 이적 행위를 한 것입니다. 북한에서 잡아서 처벌해야 할 사람을 국가가 처벌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공범으로 몰려 21년간 옥살이를 살았던 처조카 배경옥 씨가 2008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검찰도 이 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49년이 지난 어제, 이 씨의 재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연행된 뒤 40일 넘게 감금된 상태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허위 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위장 귀순한 간첩으로 낙인찍혀 생명을 박탈당했다"며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에 일어난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배경옥/고 이수근 씨 처조카 : 돌아가신 이모부님의 영혼이라도 들었다면 반가워하시겠지만 생명을 박탈했으니 그걸 누가 책임을 져요.]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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