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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승객 뒤엉켜…사망 사고 후에도 '아슬아슬' 터미널

입력 2018-09-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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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진주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최근 석달 사이 행인 2명이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해당 터미널은 수십 년 전부터 위험하다는 지적과 이전 논의가 이어지던 곳입니다.

낡고 오래돼 붕괴 위험 등이 있지만 각종 이해관계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지방의 시외버스 터미널들을 윤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의 진주시외버스터미널.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만 하루 800대가 넘을 정도로 붐빕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석 달 사이 2명이 사망했습니다.

[터미널 관계자 : 문이 여기 있으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저쪽에서 뛰어오는 거야. 여기 차는 들어오고.]

사고가 난 지점은 바로 이 하차장입니다.

이렇게 바닥에 그려진 하얀 선을 따라 버스 6대가 정차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버스가 많이 들어오는 때에는 하차하는 승객들과 버스들이 뒤엉켜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또 이쪽에는 매표소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이렇게 하차장을 가로질러서 와야 합니다.

사고 이후 임시로 안전 펜스를 설치해 뒀고, 또 인도를 표시해 뒀습니다.

하차장에 있는 6대 정차 공간이 차자, 진입하지 못한 버스들이 인근 대로와 횡단보도까지 차지합니다.

하차한 승객은 버스 사이를 위태롭게 지나다닙니다.

[김지안/경남 진주시 평거동 : 인도랑 차도가 구분이 없다 보니까 항상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고 하다 보니까.]

터미널이 지어진 것은 40여 년 전.

그 사이 건물은 낡고 부지는 더 비좁아졌습니다.

[버스기사 : 옛날에 해놓은 거라, 지금 차들은 크잖아요 옛날 차는 조그맣고. 부딪치기 십상이야 아주 여기. 빨리 이사 가야 돼요.]

실제 외곽에 새로 건물을 지어 터미널을 이전하자는 논의도 20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부지 소유자인 터미널 조합과 인근 상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

[정대용/진주시상인연합회 회장 : 유동인구가 많은 저런 게 시 외곽으로 계속 빠져나가면 상권도 붕괴되고.]

2년 전 진주시는 민간사업자를 찾았지만 반대는 여전합니다.

[터미널조합 관계자 : 옮기고 나면 여기에 대해선 뭐 대책이 있냐고 뭘 세워 두라고.]

경북 포항의 시외버스터미널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입구 주변에 커다란 출입통제 현수막이 눈에 띕니다.

자세히 보니 기둥 외벽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나무젓가락이 들어갈만 한 깊은 균열이 기둥을 따라 1m가 넘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쪽으로 와 보시면 여기에도 출입통제 현수막이 붙어 있고 곳곳에 균열이 눈에 띕니다.

이곳은 원래 가게가 있던 곳인데, 지난해 화재 뒤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벽과 기둥 곳곳에 금이 가 있습니다.

30년이 넘은 건물인데다가 지진 뒤 균열이 더 심해졌습니다.

출입이 통제된 지하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3년 전까지 지하에 입주해 있던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최영화/경북 포항시 용흥동 : 또 지진이 나면 무너질 것 같아요.]

[조정호/경북 포항시 용흥동 : 처음에는 손가락이 들어가더니 지금은 엄지손가락이 쑥쑥 들어간다고. 노후해서 국가나 시나 도와줄 생각도 없고.]

1층에 남아 있는 가게들도 보험을 들기 어렵습니다.

[가게 주인 : 보험회사에서는 오래돼가지고 자기들 안 해주겠다 그거야. 건물 너무 오래돼가지고. 불나도 보상도 못 받고 있잖아요.]

신축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부지 선정을 놓고 둘러싼 갈등이 첨예합니다.

정작 지자체는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권대욱/경북 포항시 성곡지구 주민 : 포항시에서는 어떤 중심을 잡아가지고 (사업자를) 유인을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막연하게 하라 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제 곧 추석 귀성 행렬이 시작됩니다.

버스터미널은 귀성길의 첫 관문이기도 한데요.

더 이상의 불행한 사고가 없도록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시민의 안전을 위한 방안을 생각할 때입니다.

(인턴기자 : 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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