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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맞춤 한복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벨갈이 실태

입력 2018-09-17 21:54 수정 2018-09-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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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경복궁 입장을 둘러싸고 '전통 한복'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지자체에서 변형된 한복을 국적불명으로 보고, 관련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죠. 오늘(17일) 밀착카메라는 국내 최대 한복 거리로 꼽히는 서울 광장시장에서 이 '전통 한복'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국내 기술자들이 중국에서 맞춰온 한복의 라벨을 떼고 국내 맞춤 한복으로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종로 광장시장 한복거리입니다.

국내 최대 한복 거리로 맞춤 한복 매장들이 몰려 있습니다.

이곳 맞춤 한복업체들은 손님이 고른 원단과 치수를 한복 작업실에 보내, 제작을 맡기는 시스템입니다.

업체마다 장인들의 손길을 강조합니다.

[광장시장 한복 상인 : (여기서 짓는 거예요 직접?) 치수를 재서 딱 맞춰드려요. 치마 기술자, 저고리 기술자.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해주는 거예요.]

밤 11시, 한복 기술자들의 작업실들이 모여있는 한 건물 복도입니다.

비닐에 싸인 봉투 수십 개가 놓여있습니다.

[한복업체 관계자 : 치수 (적은 것) 하고 손님이 와서 원단 고른 것.]

다음날 새벽 5시가 되자, 건물 앞으로 화물차 1대가 나타나 모두 싣고 떠납니다.

한복을 맞춘 손님들이 고른 옷감과 치수표는 어디로 가는 걸까.

오후 6시가 되자 건물 앞에 다시 흰색 화물차가 멈춰서더니, 이번에는 커다란 상자들을 실어 나릅니다.

상자들은 한복 옷감 봉투가 쌓여있던 건물의 한복 작업실로 나눠서 들어갑니다.

일부 한복 업체들이 주문받은 맞춤 한복 옷감을 어딘가로 보낸 뒤 다시 받는 겁니다.

다음날 오전, 작업실에서는 해당 상자에서 꺼낸 한복을 정리합니다.

한복을 펼치고는 쪽가위를 들고 무언가 조심스럽게 떼어내기도 합니다.

가위에서 잘라낸 것은 다름 아닌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입니다.

일부 업체들이 의뢰했던 맞춤 한복들이 작업되는 곳이 바로 중국인 겁니다.

[한복업체 관계자 : 가져와서 태그를 떼고 그렇게 내보내죠. 거기서 해온 거 표 안 내려고 하는 거. (손님들 알면?) 안 되지. 큰일 나지.]

기성 한복 뿐 아니라 일부 맞춤 한복까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광장시장 한복 상인 : 중국 같은 데. 사이즈 보내서 가격 싸니까. 한국 인건비하고 차이가 많이 나니까.]

라벨을 뗀 한복들은 다림질을 거친 후 다시 포장돼 의뢰를 받은 광장시장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매장들로 실려갑니다.

[광장시장 한복 작업실 : 일도 줄고 물량도 줄고 없으니까 중국으로 나가는 거지. 그렇게 안 하면 매장에서 자기네 남는 게 하나도 없지. 자동차고 컴퓨터고 중국에서 안 하는 게 어디 있어.]

일부 업체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제작을 맡긴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제작할 경우 저고리 한 벌에 인건비가 6만~7만 원이지만, 중국에 맡길 경우 한벌에 4~5만 원에 불과합니다.

물량이 많을수록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광장시장 한복 상인 : 장사하시는 분들은 중국에 맡기면 3만원이면 되거든요. 잔뜩 모아서 중국에 확 보내서 거기는 100~200명 앉아서 재봉틀로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최근 한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통 기술자들이 대폭 줄어든 것도 중국에 맡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수십 년 동안 한복을 지어온 한 장인은 행여 우리 한복 기술 명맥이 끊길까 걱정입니다.

[광장시장 한복 기술자 : 여기 시장에서 한 20년 됐죠. 답답하고 좀 뭐랄까 가슴이 아파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모든 걸 다 해오면. 우리네 한복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데…]

맞춤 한복은 전통을 이어온 장인들의 땀과 정성이 배어있습니다.

시장경제 논리로 맞춤 한복이 중국과 베트남에서 만들어지는 현실, 지금 우리 전통 한복의 민낯입니다.

(인턴기자 : 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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