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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공포' 이후 석 달째 방치…탐지 30분 만에 2발이 또

입력 2018-09-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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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군부대였다가 농지가 된 곳에서 주로 그렇습니다. 지뢰가 발견이 되면 국방부가 제거를 해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또 나올지 모른다면서 기약없이 출입금지를 시키는데요. 주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밀착카메라로 손광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의 한 밭입니다.

파와 마를 심던 이곳에서 지뢰가 발견된 것은 지난 6월입니다.

밭을 갈다가 변을 당할뻔한 주민은 당시 공포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라기완/주민 : 뭐가 탁 튀어나오더라고. 내려가서 보니까 대전차지뢰가 바퀴를 한 번 밟았어요. 옆면에. 정면 위로 밟았으면 난리가 난 거죠.]

지뢰 발견 신고 당일 군 폭발물 제거반이 출동해 지뢰를 수거해갔습니다.

문제는 사건 이후입니다.

국방부가 '땅속에 지뢰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출입 금지 표시를 해놓은 뒤 석 달째 내버려둔 것입니다.

[라기완/주민 : 대인지뢰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언제쯤 작업이 되냐, 물어보니까 연락이 없어요.]

주민의 요청으로 지뢰가 더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진행했습니다 ※ )

보호 장구를 착용한 민간 전문가가 지뢰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탐지봉을 움직여봅니다.

작업 10분 만에 금속 물질이 감지됩니다.

[또 지뢰야?]

본격적인 탐지작업에 나선지 불과 30분도 안 됐는데요.

벌써 지뢰 2발이 발견됐습니다.

모두 대전차 지뢰들입니다.

6·25 전쟁 때 처음 실전 투입된 M15 지뢰로, 130kg이 넘는 무게로 누르면 터집니다.

[김기호/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 : 대전차지뢰 한 발에 통상 대인지뢰 3발이니까. 이 위에 흙을 50㎝ 긁어내면 대인지뢰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근 부대에 신고하자 제거반이 나와 곧장 제거합니다.

이렇게 제거가 늦어진 것은 부족한 예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예산이 없었다며 파주시에 비용 부담을 요청했습니다.

[면사무소 관계자 : (국방부가) 돈이 없다고 안 해요. 우리가 공문도 보냈어요. 빨리 제거해달라고.]

통상 미확인 지뢰 지대로 판정되면 국방부 중기 계획에 반영하고 예산도 국방부에서 나오는데, 이럴 경우 실제 작전까지는 수년이 걸립니다.

부대는 다음 주에 이번 제거 작전 승인을 합동참모본부에 건의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기약 없이 방치된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2015년에도 지뢰가 발견됐던 한 야산입니다.

지금은 입구에 이렇게 철조망과 경고문이 설치돼 있는데요.

그런데 코앞에 바로 논이 하나 있습니다.

주로 농사를 짓는 이곳 주민들은 비가 많이 내려서 지뢰가 넘어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당연히 유실되죠. 유실돼서 떠내려온 거를 우리가 직접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다가 본 것도 있고. 그러니까 수시로 떠내려오죠.]

2001년 이후 지뢰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한 민간인은 50명이 넘습니다.

민간인통제구역 남쪽의 미확인 지뢰 지대 넓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전방사단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해도 완전 제거는 200년 넘게 걸린다는 게 국방부의 예측입니다.

[정명희/파주환경운동연합 : 국방부에서 이렇게 방치해놓는 게 아니고, 이유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도 안 하고. 주민은 안타까운 거예요.]

민간인의 지뢰 사고 피해는 해마다 반복됩니다.

그런데도 매설 의심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안전한지 확인도 어렵습니다.

국방부의 적극적인 조치와 안내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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