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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사육곰' 500여 마리…철창 속 울부짖음

입력 2018-08-12 21:03 수정 2018-08-1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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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년 전, 좁고 더러운 우리에 20년 동안 갇혀 살던 곰이 구조되면서 자유를 찾은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피피라는 이름의 미국 곰 이야기입니다. 빼빼마르고 관절염까지 앓던 늙은 곰, 피피는 자유를 되찾은지 몇 달 만에 크고 당당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피피가 있던 콘크리트 우리보다 더 좁고 더러운 곳에 500마리 넘는 곰이 방치돼 있습니다.

박창규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앵커]

농가 뒤에는 낡고 녹슨 뜬장 몇 개가 놓여 있습니다.

가로 1.2m 세로 2m, 한 평 안되는 공간마다 곰이 가득 차 있습니다.

온몸은 오물로 범벅입니다.

마실 물이 따로 없어 분뇨가 섞인 고인 물을 먹어야 합니다. 

철창을 깨물고 비틀고 다가온 사람을 향해 울어보지만 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다른 농가의 곰은 이상 행동을 반복합니다.

양쪽 눈이 없는 곰은 구석에 앉아 그저 시간을 보냅니다.

모두 태어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철창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웅담을 얻기 위해 도축되는 순간에야 처음 우리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이제 기약이 없습니다.

[곰 사육 농장주 : 6~7년 전에는 2000만원씩 받았으니까. 지금은 수요가 없어요.]

돈이 안되니 사육 환경은 더 열악해 졌습니다.

도축할 수도, 풀어줄 수도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버틸 수가 없어 사육곰을 모두 폐사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곰 사육 농장주 : 도저히 기를 수 없으니까. 일반 생활 쓰레기 매립장에…소각장은 동물 소각은 안 시켜주거든…]

곰 사육은 1981년 시작됐습니다.

당시 정부가 농가 수익을 위해 장려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 보호 여론이 일면서 사양 산업이 됐습니다.

한때 1400여 마리였던 국내 사육곰은 이제 540여 마리 남았습니다.

따로 보호할 방법을 만들지 못하면 모두 폐사할 때까지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명진/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 곰의 수명이 40년이라고 계산한다면 37년에서 38년(더 지나야 합니다)]

쓸개 채취를 위해 곰을 키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뿐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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