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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이란 제재 초읽기 'D-1'…'사탄' vs '악의 축' 정면충돌

입력 2018-08-06 11:50

폼페이오, 제재 강행 확인…이란, '고사작전'에 군사적 대응도 '불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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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이란 제재 초읽기 'D-1'…'사탄' vs '악의 축' 정면충돌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7일(워싱턴 현지시간) 0시부터 재개한다.

2016년 1월 핵합의를 이행하면서 제재를 완화하거나 중단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일단 7일부터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을 대상으로 1차 조처가 이뤄진다. 원유 거래 금지 등 이란을 직접 겨냥해 보다 큰 타격을 미칠 2차 제재는 11월부터 시행돼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면서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게 된다.

원유 거래를 포함해 보다 중대한 제재는 11월까지 이뤄지지 않지만, 우선 시작될 1차 제재는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부르며 탈퇴한 미국의 심각한 입장을 기업과 유럽 동맹국들, 이란에 보여주는 경고가 될 것으로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평가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제재 복원에 이란도 원유 수송로 봉쇄, 핵활동 재개로 맞서면서 한 치도 양보 없는 대치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란이 '세이타네 보조르그'(큰 사탄)라고 부르는 미국과, 미국이 붙인 '악의 축'이라는 오명을 다시 쓰게 된 이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부터 핵합의를 '최악의 협상'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이란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와 불신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1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자신의 '공약'대로 핵합의에서 발을 뺐다.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3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유엔이 모두 반대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사상 최강의' 제재를 이란에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7일 부활하는 제재는 1단계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이란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개인에 대한 제재)이다.

미국은 이에 앞서 5월8일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달 6일까지 90일간을 '감축 유예기간'으로 통보했다. 이란과 사업하는 외국 기업은 이 기간 사업을 철수하라는 것이다.

7일부터는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이란의 금·귀금속 거래 ▲흑연, 금속, 석탄 거래 ▲이란 리알화 구매 관련 중대 거래 ▲이란 외 국가의 중대한 이란 리알화 계좌 유지 ▲이란 국채 구매 또는 발행 지원 ▲이란 자동차 분야 ▲이란에 대한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이 세컨더리 보이콧의 대상이 된다.

1단계 제재 이후로부터 90일 뒤인 11월5일엔 2단계 제재가 부과된다.

2단계 제재는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원유·석유제품 거래 ▲이란 국영 선박·항만 운영회사를 포함한 이란의 해운·조선 거래 ▲이란중앙은행, 금융기관과 거래(스위프트 포함) ▲이란 앞 보험·재보험 인수 ▲이란 에너지 산업분야 등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이란의 기간산업체인 이란 국영석유회사,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 등 주요 국영회사가 제재 리스트에 오르게 되고 무엇보다 이날부터 이란의 원유, 콘덴세이트, 천연가스를 수입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사실상 이란 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작전인 셈이다.

이란도 이에 지지 않고 자신만의 계획을 착착 진행하면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미 이란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등 제재의 효과가 벌써 나타났지만 이란 정부는 중국, 러시아, 터키 등 반미 진영과 연대해 40년간 미국의 제재를 버틴 '노하우와 각오'로 이번에도 견뎌보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은 수입을 금지하고, 수출입 업자의 외화 거래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환란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이 사상 최강의 제재를 경고했지만 이번에는 유럽 진영이 핵합의를 유지하겠다면서 이란에 등을 돌리지 않은 것도 이런 전략의 배경으로 보인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 핵합의 서명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에 지난달 초 '핵합의 유지안'을 전달했다.

미국의 제재가 복원돼도 이란이 그간 핵합의를 충실히 지킨 만큼 이란의 국익을 보장하겠다는 안이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지난달 30일 유럽 측의 핵합의 유지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유럽이 그대로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살레히 청장의 말대로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어느 정도 자국의 경제에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전 평가'를 내리고, 유럽이 실제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이란과 거래를 보호하는지 지켜본 뒤 다음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이와 동시에 핵합의의 틀 안에서 신형 원심분리기 가동을 준비하면서 그간 자제했던 핵활동을 재개했다.

이란의 군부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재한다면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훈련을 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달으면서 양국 간 정상회담설이 솔솔 나오지만 미국은 이란에 '백기 투항' 수준의 조건을 내걸었고, 이란도 미국의 핵합의 탈퇴 사과와 복귀를 전제로 내세워 간극이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예정대로 미국이 대이란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를 회피하려는 이란 측의 시도는 "성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를 풀기 위해선 이란 정부의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난에 미국 제재가 엄습하면서 이란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민생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주 벌어졌으나, 조직화하지 않은 데다 공권력의 통제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다.

양측의 정면충돌은 한국 경제에도 악재다.

국제 제재 전문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미 행정부의 말처럼 2012년 국방수권법상의 예외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화결제계좌도 동결된다"면서 "이 계좌로 수출대금, 공사대금을 받았던 한국 기업의 이란 내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화결제계좌가 금지되면 이란에 수출하는 2천700여 개 기업이 큰 타격을 입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이란에만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많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유탄을 맞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우리나라의 이란 수출은 17억2천2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4% 감소했고 7월엔 19.4% 줄었다.

이란산 원유(콘덴세이트 포함) 수입도 6월 기준 하루 평균 18만3천 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감소했다.

미국은 이마저도 '0'으로 완전히 줄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편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미국과 이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취재진에 이란의 행동이 누그러지고 협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내비쳤다. 다만 "현재 이란의 행동에 변화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루크 코피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향후 이란과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는 포석(opening gambit)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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