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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사과·말라가는 인삼…폭염에 까맣게 타들어 가는 농심

입력 2018-07-26 09:26

무더위에 농산물 직격탄…폭염에 녹아내려·소비 가격까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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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농산물 직격탄…폭염에 녹아내려·소비 가격까지 '들썩'

썩어가는 사과·말라가는 인삼…폭염에 까맣게 타들어 가는 농심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전국을 덮치면서 풍성한 수확을 돕는 햇볕은 불볕으로 변해 전국 농민의 가슴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사과는 높은 온도와 강한 햇볕을 이기지 못해 익어버렸고, 인삼은 잎이 누렇게 타들어 가면서 생장을 멈췄다.

서울 남산보다 5배 가까이 높은 강원 고랭지 배추밭도 낯선 더위에 신음했다.

농가를 덮친 폭염은 생산량에도 영향을 끼쳐 각종 과일, 채소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불볕더위에 울상 짓는 농민의 시름은 소비자의 한숨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사과·배·자두·포도 등…생장 멈추고 햇볕 데임 피해 속출

폭염특보가 15일째 이어지는 경북 곳곳에서 농작물 화상 등 피해가 발생해 농민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25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자 영양군 등에 있는 농가에서는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햇볕 데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피해를 본 영양군 한 과수 농장에서는 수확기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 굵기의 사과 열매들이 벌써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 재배농가 일부도 폭염 피해 직격탄을 맞았다.

과수 재배 농민 여봉길(김천시 봉산면)씨는 "자두와 포도의 잎이 다 타서 수확이 어려운 농가가 많다"며 "자두와 포도는 33∼34도일 때 당도가 올라가는데 지금은 너무 고온이라 잎이 탄소동화작용을 못 해 붉게 타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시 50여 농가에서는 수박 속이 검게 변하고 물러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피해로 출하를 못 한 수박들은 주변에 방치돼 악취를 풍기며 썩고 있다.

전북지역도 보름이 넘도록 폭염이 이어지면서 과수 작물의 피해가 늘고 있다.

전북도 집계에 따르면 사과 주산지인 무주지역에서 조생종인 홍로 품종을 중심으로 30농가의 10ha가 햇볕 데임 피해를 본 상태다.

장수 등 타 지역의 피해 상황은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피해 면적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배에서는 과육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며 색깔이 검게 변하는 증상이 늘고 있다.

윤재준 전북도 원예팀장은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모든 과수와 원예 작물에서 성장 장애 현상이 있어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분간 찌는 듯한 폭염이 이어질 전망인 데다 이렇다 할 비 소식도 없어 피해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낯선 폭염에 신음하는 고랭지 배추…인삼 재배농가도 비상

태백 매봉산과 강릉 안반데기 등 해발 1천100m의 고지대에 자리한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밭은 최근 30도를 훌쩍 넘는 낯선 더위에 말라가고 있다.

배추마다 속을 채워가야 할 때지만 폭염에 생장이 멈춰 밭 군데군데가 휑한 모습이다.

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과 습도로 무름병까지 번져 몇몇 배추는 속이 여물지 않고 잎사귀 끝부터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민들은 본격적인 출하 시기를 앞두고 결구율(배추가 단단한 정도)이 떨어져 상품성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정만 태백 매봉산 영농회장은 "요즘과 같은 불볕더위가 이어지면 이곳 고랭지 배추도 녹아 내릴 수 있다"며 "당분간 큰 비 소식마저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인삼도 폭염이 계속되는 데다 비 소식마저 없어 잎이 누렇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인삼은 25∼30도가 생육에 알맞은 기온이며 30도 이상의 기온이 1주 이상 계속되면 잎이 시들고 생장이 멈추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하면 최악에는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전북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김태엽 씨는 "폭염과 가뭄으로 밭 대부분에서 인삼 잎이 죽으면서 성장이 멈추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차지은 농촌진흥청 농촌지도사는 "가까이 있는 관정을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관수를 해줘야 하고 짚이나 피복제를 뿌리 쪽에 덮어서 수분 증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불볕더위에 과수·채소 생산량 감소…소비물가 꿈틀

개화기 저온 피해에 이어 폭염 피해까지 더해져 전국 과실 주산지에서는 착과는 물론 생육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각종 과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농업관측 7월호'를 통해 전년과 비교하면 전국 사과 생산량은 14%, 배는 20%, 포도는 7%, 복숭아는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햇사과인 쓰가루 출하량은 생산량 감소로 전년보다 12%, 배 생산량은 전년보다 20%가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각종 과일의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

이달 햇사과 가격은 전년(2만6천400원)보다 높은 2만9천∼3만2천원(10kg 기준)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포도(캠벨얼리), 복숭아(선프레, 백도) 등 다른 햇과일 가격도 출하량 감소로 전년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생산량 감소에 따라 햇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8월에 가격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비성향, 수입·대체 과일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많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추와 무를 필두로 날씨에 민감한 채솟값도 줄줄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배추는 지난달 하순 포기당 1천561원에서 이달 상순 1천828원으로 뛰더니, 이달 중순에는 2천652원까지 올랐다. 이는 평년보다 27.9%나 오른 가격이다.

무 역시 지난달 하순 개당 1천143원에서 이달 상순 1천128원으로 소폭 내리나 했더니, 이달 중순 들어서는 평년보다 43.7%나 오른 1천450원까지 뛰어올랐다.

농식품부는 "배추는 이달 상순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도에 비가 많이 내렸고, 이후 폭염으로 태백·삼척·정선·평창 등 해발 500∼800m 지역에서 무름병 등이 생겨 작황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는 노지 봄무가 출하되고 있지만,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9.6% 줄어든 데다가 폭염까지 덮쳐 작황 악화로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농가 피해가 커지고 농산물 수급도 악화할 것으로 보고, 10월 15일까지 운영되는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중심으로 폭염 피해 최소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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