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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론'에서 시간제한 없다'까지…비핵화 시간표 접은 트럼프

입력 2018-07-18 09:16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프로세스를 밟아갈 뿐"

일괄타결 대신 특정시한 못박지 않은 '장기전' 기정사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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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프로세스를 밟아갈 뿐"

일괄타결 대신 특정시한 못박지 않은 '장기전' 기정사실화

'칠면조론'에서 시간제한 없다'까지…비핵화 시간표 접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가 끝나기 전에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를 달성하길 바란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6월14일)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7월17일)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 시간과 속도에 제한이 없다고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날 미·러 정상회담 후폭풍을 진화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하원의원들을 만난 공개발언 자리에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그 이후 후속협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애초 주장해 온 속전속결식 일괄타결론을 사실상 접고 장기전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설왕설래가 반복된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 문제가 결국 한 달여 만에 특정 시한을 명시적으로 못 박지 않는 쪽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이는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적 동시 행동론을 미국이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난 한 달여 간 롤러코스터를 탄 비핵화 시간표 논란은 폼페이오 장관이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14일 한국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를 완료하기 바란다며 사실상 2020년 말을 그 가이드라인으로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비핵화 로드맵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협상 국면이 곧바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측의 뜸 들이기로 후속협상이 지연되며 안갯속 국면이 이어지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유연한 입장을 취하며 한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7일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서 '칠면조 구이론'을 불쑥 꺼내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듯한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칠면조 요리'에 빗대어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들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 이후 폼페이오 장관의 이달 6∼7일 방북을 앞둔 1일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핵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라는 시간표를 내밀며 이러한 방안이 조만간 북미간에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시간표 논란은 재점화했다.

이에 국무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인사들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시간표를 내놓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을 마친 지난 8일에는 "시간표와 관련해 우리(북미)는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정한 시간표를 제시했으나 북한과의 이견을 제대로 좁히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이 '빈손 방북' 논란에 휩싸이며 미국 조야에서 비핵화 협상에 회의론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는 점을 내세워 속도 조절론을 적극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그것은 과정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며 "나는 오래 걸리는 과정에도 익숙해 있다"고 말했다. 16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는 "나는 정말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가 북한과 잘하고 있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 수년간 계속된 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대북협상의 속도 조절을 시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는 자리인 이날 발언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 그저 프로세스(과정)를 밟아갈 뿐"이라고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한 번의 만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정의 시작"이라며 단계적 접근론에 살짝 발을 담갔던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협상 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 역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을 조언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일관된 목표로 내세웠다가 이를 공동성명에 명문화하지 못해 역풍을 맞은 학습효과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구체적 시간표를 못 박았다가 목표대로 속도를 내지도 못한 채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만 하는 상황을 초래하기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유해송환 작업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도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해송환에 대해서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20일 "사실 이미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고 '과거형'으로 호언장담하던 그는 전날 인터뷰에서는 유해송환에 대해 "빨리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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