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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과일의 구제역' 화상병 확산…속 타는 농심

입력 2018-07-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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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농촌에서는 '화상병'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과일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이 '화상병'은 나뭇가지와 잎이며 열매가 모두 불 탄 것처럼 변하는 '전염병'입니다. 치료 방법도 없고 확실한 예방책도 없어서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안성의 한 과수원입니다.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 뒤에는 배나무 수백 그루가 심어져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멀쩡하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상황이 심각합니다.

잎은 까맣게 그을렸고, 나뭇가지 끝은 말라버렸습니다.

세균성 병해의 일종으로, 한 번 걸리면 불에 탄 것처럼 변한다는 화상병에 병든 것입니다.

화상병에 걸린 나무는요, 잎사귀가 이렇게 새까맣게 변합니다.

지금 이 나무는 방역작업을 하기 위해 열매를 모두 감싸놨는데요.

앞으로 이 나무를 뿌리째 뽑은 뒤에 땅을 파내고, 나무를 묻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화상병은 주변으로 빠르게 퍼지는데, 아직 감염 방식이나 예방법이 확인되지 않아 매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재작년에 이미 과수원 절반을 묻어버린 농민은 허탈해합니다.

[왜 안 답답해요. 답답하죠. (원인을) 모른대요. 연구하시는 분들도 그러니 우리가 뭘 해. 농사짓는 사람들이 진짜 막막하지.]

나무를 태워도 소용없습니다.

[임성재/방역업자 : 마을 사람들은 태우려고 하셨다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태우려면 어마어마해요. 물 먹은 나무가 금방 타겠느냐고 안 타지. 그게 안 되니까 다 매몰하겠지요.]

현장에서는 방역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저희 취재진도 지자체에서 제공받은 방역복을 착용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렇게 들어오고 나갈 때도 알코올로 소독 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화상병이 처음 발견된 것은 2015년으로, 당시 경기도 안성과 충북 제천, 충남 천안의 농가 43곳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올해는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 중입니다.

처음으로 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강원도 원주입니다.

수확을 몇달 남기고 과일나무를 땅에 묻은 농가에서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한 번 화상병이 발생한 과수원은 3년 동안 같은 작물을 심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상병이라고 딱 진단됐을 때는 세상이 다 끝났지. 이게 1, 2년에 수확이 되는 것도 아니고, 최하 6년 7년이 지나야 하거든요.]

강원도 평창과 충청북도 충주도 올해 처음 화상병이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매몰을 진행했거나 해야 하는 농가는 전국 44곳으로,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1/8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예방법을 아직은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차재순/충북대 응용생명공학부 교수 : (확산 경로를) 추적하기가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는 거지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농촌진흥청은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는 화상병 의심 농가의 재빠른 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까지 발생 시기 분석을 토대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확산 속도가 한층 꺾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 : 일단 이상증상이 발견되면 인근 농업기술센터에 즉시 신고해서 신속한 진단과 조기 방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수십 년 넘게 사과나무를 키우던 이곳에 앞으로 최소 3년 동안은 사과를 심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전국 과수농가에 공포와 불안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턴기자 :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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