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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다…근본인식부터 달라"

입력 2018-07-09 12:02

CNN "폼페이오 방북으로 더욱 부각…북한이 협상조건 정하고 있다"

WP "북, 북미정상회담 합의 '비핵화 약속' 아니라 '대화 첫출발'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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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폼페이오 방북으로 더욱 부각…북한이 협상조건 정하고 있다"

WP "북, 북미정상회담 합의 '비핵화 약속' 아니라 '대화 첫출발'로 봐"

"북미,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다…근본인식부터 달라"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세 번째 방북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북미간 인식차에 주목했다.

미 CNN 방송은 애초부터 양측이 비핵화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결과라고 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북미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미국과 북미관계 수립을 앞세우는 북한의 입장차에 주목했다.

CNN은 이번 방북 결과를 '외교적 절연'(diplomatic disconnect)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미국의 노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한 양측의 시각에 광범위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CNN에 "근본적인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여전히 우리가 중대한 보상을 해주기 전에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할 것으로 믿지만, 북한은 양측이 공동으로 움직이고 모두 양보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 출국 후 외무성 담화로 비난한 데 대해 CNN은 협상의 조건을 정하는 것이 미국이 아니라 북한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은 것은 모욕 또는 무시로 해석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WP는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그 자체의 부정적인 톤보다는, 북한이 핵폐기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여느 때보다 주목할 만한 신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담화문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일방적인 비핵화 약속이 아니라 대화의 첫출발로 봤다고 WP는 전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WP에 "확실히 그들은 이것을 비핵화로 가는 단계적·동시적인 접근의 첫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무성 담화를 보면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합의 중 비핵화 일정으로 4가지 항목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었고 '비핵화'는 세번째 항목에 있었다고 WP는 지적했다.

북한 담화에서 '미국이 평화체제 논의는 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미뤄두려 했다'며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가역적인 조치로, 핵시험장 폐기에 비하면 대비조치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그들은 핵실험장 폐기를 (외부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더 큰 양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최종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반도미래포럼 김두연 객원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를 '더 큰 패키지'의 일부로 봐 왔다고 설명했다. 평화체제 이후,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한미 군사훈련이 폐지된 후에 고려할 만한 사항으로 여긴다고 그는 덧붙였다.

브루스 클링너는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있어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모든 핵보유국이 그들 핵무기를 포기할 때 북한 핵무기를 포기하는 '글로벌 무기 통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CNN은 두 명의 정부 관계자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준비 과정을 잘 아는 다른 소식통들을 인용,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적어도 미군 유해 송환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 등 비핵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들에 관해서는 매듭을 지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유해 송환이나 미사일 시험장 파괴 등에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말할 것이 많지 않았으며, 회담 전반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별로 없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윤 전 특별대표는 "지금으로서는 협상에서 북한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그들이 대화의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막연한 레토릭(수사)을 현실로 만들려 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부각시켰다고 CNN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서 CVID 표현을 제외하면서, 초기부터 미국이 스스로 궁지로 몰았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대화는 이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WP는 "(북한 비핵화가) 하룻밤에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판타지"라는 위트 수석연구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이 북한과 지속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전문 협상가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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