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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양승태 PC '디가우징' 파장…검찰-법원 전면전 임박

입력 2018-06-27 17:47 수정 2018-06-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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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6일) 재판 거래 의혹 수사 부분을 속보로 다뤘었는데요. 관련해서 대법원이 검찰이 요구한 자료 가운데 일부만 제출했죠. 이에 대해서 검찰의 강제수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PC,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검찰과 법원의 전면전이 임박해 보이는 재판 거래 의혹 수사 속보를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하루종일 이 단어가 화제입니다. 디가우징, 디가우징…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이기는 하지만 또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인데요. 제가 오늘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릴텐데 양 반장의 불신도 한번 날려보겠습니다.

degaussing. degauss에 ing 명사형입니다. degauss는 gauss에 접두사 de가 결합한 단어인데요. 접두사 de는 크게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아래'와 '반대' 그리고 '없앤다'의 의미가 있는데 여기서는 '없앤다'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gauss, 유명한 독일의 수학자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기장의 단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degauss는 "자기장을 없앤다"라는 의미가 되는데요. 예를 들면, 복부장이 매일 아침 저희 반장들에게 사다주는 커피. 이 가운데 카페인 성분이 없는 커피를 decaffein coffee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했다는 것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디스크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상 컴퓨터를 깡통, 고철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인데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컴퓨터가 바로 깡통이 됐다는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PC가 디가우징 된 것은 지난해 10월 31일입니다. 9월 말,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을 했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 요구가 빗발치던 시기로 11월 2차 조사가 시작되기 전입니다. 그러니까 대법원은 디가우징은 김명수 대법원장도 몰랐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안철상/법원행정처장 (어제) : (디가우징 하기 전에 대법원장께 보고를 하셨나요?) 그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법원장님도 모르고 계셨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래 그 과정에서 보고를 안 하는, 보고를 하는 게 과정인가요, 아니면 어떻게 되는.) 그거는 해당 PC의 사용자가 결정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방금 들으신 설명대로라면, 해당 PC의 사용자, 즉 양승태 전 대법원장 스스로 디가우징을 결정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데요. 이달 초 양 전 대법원장이 사실상 재판거래, 법관사찰 의혹에 대한 물적 증거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지난 1일) : 나는 아직까지 그 보고서를 본 적도 없고 도대체 그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들어가 있는지 제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어느 언론사인지 모르겠지만 그 언론사의 사장이 지금 질문하시는 분 컴퓨터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다 알고 있을까요?]

디가우징을 하면 복구가 불가능해, 증거를 인멸하는 대표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디가우징이 처음 알려진 것은 MB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때입니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사용했던 방법이었죠.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때도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직전 경찰 수뇌부가 컴퓨터를 디가우징한 것으로 알려졌고 법원은 두 사건 모두 '증거인멸'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법관은 통상 판례에 따라 사건을 판단하게 되죠.

[양승태/전 대법원장 (국회 인사청문회/2005년 2월 22일) : 솔직히 법관이 함부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같은 판례에 비춰보면 양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된 것도, 법관사찰, 재판거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법농단은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일로써 어떤 성역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증거인멸로 조사를 방해할 목적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관련 규정에 따라, 퇴임 법관들이 사용한 전산 장비에 대한 통상적인 절차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규정에 "퇴임 시 디가우징을 하라"라고 명문화 돼 있는 것이 아니라서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대법원이 디가우징 장비를 도입한 것이 2014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사법부 불신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대법원장님.)…]

[안철상/법원행정처장 : (3차 조사 당시에는 디가우징에 대해서 언급 안 하셨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추가로 하드디스크 낼 의향 있으세요?)…]

네, 오늘은 모두 말을 아끼고 있는데요. 검찰은 디가우징된 하드디스크 실물이라도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제출을 압박하면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결국 강제수사의 명분 쌓기로 볼 수 있는데요. 다음 순서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일 겁니다.

검찰은 이 영장청구 시기를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의 몫이죠. 통상 혐의가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은데요. 재판거래 의혹은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드디스크가 복구 불능 상태가 된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까지 기각한다면 사법부의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해보겠습니다. < 양승태 PC 디가우징 논란…검찰-법원 전면전 임박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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