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 밝혀진 시중 은행들의 채용 비리에는 온갖 사례가 다 있습니다. 이런 비리는 오랜 관행 때문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법조팀 취재기자와 더 보겠습니다.
이승필 기자, 은행은 어떤 기업보다 채용이 투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수사를 통해 보니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기자]
검찰이 밝힌 수사 내용을 보면 은행 채용 비리가 얼마나 고질적이었는지 잘 드러나는 황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국민은행에서는 채용팀장이 평소 이름을 알던 부행장 자녀와 이름, 생년월일이 같은 여성 지원자가 지원을 하자 논술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습니다.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채용시켜 준 거죠.
그런데 부행장의 자녀는 아들이었고, 당시 군대에 있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해당 여성 지원자를 면접 단계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알아서 불법 채용에 나설 만큼 비리가 일상화했다는 겁니다.
[앵커]
지레 채용 특혜를 줬다는 건데, 뽑을 때 모든 단계에서 아예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죠.
[기자]
부산은행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사례는 이전 수사 과정에서 일부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2015년 신입사원 채용 때 누군가 딸을 붙여 달라고 청탁하자 서류 전형부터 필기, 실무자 면접, 최종 면접까지 매번 점수를 조작해줬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합격 인원을 늘리고, 계획에 없던 영어 면접까지 실시해 합격시켰습니다.
해당 지원자의 아버지는 조문환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시 경남 도정을 연구하는 연구 기관 원장이었습니다.
[앵커]
이 사례도 놀라웠습니다. 아버지가 딸을 직접 뽑았던데요.
[기자]
광주은행에서는 2015년에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인사 총괄 임원의 딸이 지원하자 자기소개서에 부친의 근무 사실을 적었습니다.
인사 담당자는 소개서 평가 항목에서 30점 만점을 줬고요.
이 임원은 딸의 2차 면접에 직접 들어가, 최고 점수를 줘서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검찰이 오늘(17일) 결과를 내놓긴 했지만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잖아요.
[기자]
검찰이 재판에 넘긴 게 모두 695건입니다. 이 가운데 외부인 청탁이 36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은행들이 영업이나 대관 활동을 위해 외부 청탁을 관행처럼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전체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은행권 채용비리가 더 늘 수 있다는 건데, 이미 피해를 본 지원자들은 구제 받을 수가 있습니까?
[기자]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채용 비리가 문제가 되면서 은행연합회는 이달 초 발표한 대책에서 피해가 확인되면 해당 전형을 뛰어넘어 곧바로 다음 단계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소급 적용이 안 돼 이번 검찰 수사로 드러난 피해자들은 대상이 아닙니다.
또 피해가 확정되려면 앞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텐데, 여기에만 보통 몇 년에 걸리기 때문에 구제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