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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원세훈 재판개입 시도 정황…대법에 보고서 전달

입력 2018-05-26 22:24

행정처 차장, 행정처장에 '정무적 대응 문건' 보고…공판검사 메일도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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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차장, 행정처장에 '정무적 대응 문건' 보고…공판검사 메일도 입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3차 조사 결과 사법행정 업무를 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및 대법원의 재판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법조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무적 대응 방안'을 구상한 문건이 법원행정처 수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돼 사법행정권이 남용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26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전날 3차 회의를 열고 김명수 대법원장에 보고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5년 2월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했다. 임 전 차장은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항소심에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점 등을 증거능력이나 사실인정과 같은 법리적 측면에서 분석한 28쪽짜리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14쪽 분량으로 줄인 보고서가 원 전 원장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에 건네졌다. 당시 임 실장은 대법원 연구관에게 "참고하라"며 이 보고서를 이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조사단은 매우 간략한 이 보고서가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사법행정 담당자가 가진 시각이 소송이 아닌 경로를 통해 재판부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당시 임 실장이 원세훈 상고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기대하는 청와대의 희망과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삼갔어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선고 결과를 매우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는 청와대 동향을 다룬 동향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특별조사단에 앞서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발견했던 문건이다.

문건에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 1심 판결과 함께 면밀히 살펴 사건을 신속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향후 정무적 대응 방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문건에는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에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당시 법원행정처의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 전 원장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내용이어서,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독립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우려를 자아냈던 대목이다.

임 전 차장은 이 문건을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조사단은 "문건에 담긴 대응 방안이 법원행정처의 정책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지만, 재판 처리를 사법현안의 목표 달성과 연결한다는 발상이 행정처 고위 간부에 의해 제안되고 그것이 처장에게 보고됐다는 자체가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기조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선 법원의 재판부로부터 원 전 원장의 재판 진행과 관련된 문건을 전달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조사단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3년 원 전 원장의 1심 재판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공판검사가 원 전 원장의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주심 판사에게 보낸 이메일이었는데, 재판장을 통해 임 전 차장에게 건네진 것이다.

특별조사단은 다만 이메일 전달이 부적절했는지는 따로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공판 진행 상황이나 공소장 변경, 증인신문 등 공판에서 밝혀진 사실은 일반에도 공개되는 사안이며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재판의 진행 경과 등을 보고받는 것은 정당한 업무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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