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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인터뷰] 북한식당 종업원들 "자유의사 탈북 아냐"

입력 2018-05-10 23:03 수정 2018-05-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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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인터뷰] 북한식당 종업원들 "자유의사 탈북 아냐"

2016년 4월 7일, 중국 닝보 소재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귀순했다. 통일부는 "모두 자유의사로 왔다"고 밝혔다. 기획 탈북이냐 자유 탈북이냐 논란이 뜨거웠다. 그러나 국정원 외에 어느 누구도 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

2년 동안 은둔했던 여종업원 12명. JTBC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 팀은 여러 제보와 현장 탐문을 바탕으로 이들을 찾았다. 하지만 2년의 침묵이 말해주 듯, 인터뷰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진실을 밝혀달라는 종업원들의 요청에 따라, 기자가 만난 4명의 인터뷰 요약본을 공개한다. 국정원은 "여종업원 모두 자유의사로 왔다고 진술했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

    (귀순 이후 나중에) 뭔가 퍼즐을 맞추다 보니까 '아, 이래서 이렇게 된거구나'라는 뭔가 이 용당한 느낌, 이용당하고 나서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2년을 숨어 봤는데 솔직히 숨어 사는 것만으로도 끝나는 게 아니었다. 뭔가 끝장이 있어야겠고, 누구든 손발을 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다

 
  • 종업원들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가끔 주변에서도 '혹시 (그 종업원) 아닌가?' '언론에 나오는 친구들 중 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마다 알아볼까 당황스러웠다. 그 때마다 '나는 그냥 혼자서 왔다'라고 했다.


  • 북한 식당 취업은 어떻게 한 것인가?

    A씨 : 허강일 지배인에게 춤, 외모 개인기, 인성 등 오디션을 보고 뽑았다.
    B씨 : '중국에 나가서 중국 어학을 많이 배우고 와야지'라고 생각했다.

 
  • 근무 환경은 어땠나?

    숙소에서 아침 아홉시쯤에 일어나 준비해서 식당에 다 같이 출근하면 함께 청소한다. 오전 장사하고 오후에 잠깐 쉬었다가 다시 영업한다. 손님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다르다

 
  • 북한식당에 근무한 이유는 무엇인가?

    월급 자체가 적지 않다. 북한의 1년 월급을 여기서 한 달에 벌어서 간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 중국에서 탈북한 당일인 4월 5일,무엇을 했나?

    평상시와 같았다. 출근해서 낮잠까지 잤다. 허 지배인이 며칠 전부터 숙소를 다른 데로 옮긴다고 해서 짐은 다 싸놨었다. 전에 연길에서 닝보로 이사갈 때도 조용히 옮긴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건 줄 알았다.


[스포트라이트 인터뷰] 북한식당 종업원들 "자유의사 탈북 아냐"

  • 그럼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몰랐다. 숙소 옮기는 것인 줄 알았다. 당일 갑자기 3명의 종업원이 사라져서 지배인의 표정이 안 좋았다. 우리는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고 택시에 타라고 해서 탔다. (당일 사라진 종업원은 북 보위부에 신고하러 간 것이었음)

 
  • 상해 공항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종업원끼리 얘기하지 않았나?

    그때 진짜 아무 말도 못했다.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불안해서 정신이 없었다.


  • 그렇다면 한국에 간다는 사실은 언제 알게 된건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도착했는데 태극기가 보였다. 한국 대사관이었다. 그때 한국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의 탈북루트는 상하이 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공항->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 -> 인천공항이다.)

 
  • 그때 심정은 어땠나?

    정말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집단이 움직이는 대로 가야할지 아니면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쳐서라도 가야할지 진짜 너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

    대사관에 들어가서 자유의사로 한국에 간 거라는 서명을 했다.

 
  • 본인의 의사와 반하는 것인데, 왜 서명했나?

    사실은 대사관 앞에서 허 지배인이 협박했다. 우리가 돌아가면 한국드라마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한국 영화 보면 총살이나 지방에 내려 보내고 가족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위협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말이 되나 싶은데 그땐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선택의 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다.

 
  • 한국에 온 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지금까지 과정을 이야기한 적 있나?

    그렇다.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라고 말했는데 면담관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는데 당신은 왜 다르게 말하냐'며 생각 밖의 반응을 보여서 당황했다. 여기에 온 것은 지배인이 알아서 한 것이지 우리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겠다고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사로 왔다고 발표한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종업원들의 탈북 사진이 바로 공개됐다.

     (당시 국정원 이탈주민보호센터에 들어갔는데) 사진을 찍더라. 그래서 왜 찍는가 했더니 나중에 언론에 내보내려고 그랬던 것이었다.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알아볼 수 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  왜 2년 동안 한번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나?

    자의로 왔다고하면 그게 전달 돼 (일이) 커질 것 같았고, 납치라고 해도 그게 커질 것 같으니까 그냥 막 피했던 것 같다. 어떤 말이든 부모님한테 다 불이익이 되니까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 바라는 것이 있다면?

    A씨 : 잘 지낸다 한마디만 전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힘들었고, 내가 얼굴 한번 보고 싶어하는 것이 (북에 계신 부모님께) 불이익이 될 까봐 죄송하다.
    B씨 : 여기서 사는 것 같지 않고 이제라도 갈 수 있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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