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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화이트 캐슬 CEO가 삼성 총수에게, 그리고…'

입력 2018-05-02 21:33 수정 2018-05-0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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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회장님은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햄버거 주문을 받을 때는 실수를 거듭했고 서투른 포장 탓에 연거푸 지적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의 매니저들이 제각기 다른 지시를 하는 통에 우왕좌왕 허둥지둥…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햄버거 체인 '화이트 캐슬'의 회장인 데이브 라이프였습니다.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미국의 텔레비전 쇼인 '언더커버 보스'.

그러니까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변장을 한 뒤 자신의 회사에 이른바 '위장취업'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항공사 대표는 물론이고 야구단 구단주, 레스토랑 체인 대표 등 이름만 들어도 위세가 대단한 최고경영자들이 이 위장취업자 대열에 합류했지요.

프로그램이 오랜 기간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물론 방송을 의식한 측면도 있었겠습니다만 이른바 현장 바닥을 경험한 회장들이 진짜 회장으로 돌아온 뒤에 그동안 몰라서 못 고쳤던 부분을 하나 둘 바꿔나갔던 것입니다.

직원 입장에서 본다면 최고경영자의 위장취업은 더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는 착한 '언더커버'였을 겁니다.

이번에는 티비가 아닌 현실입니다.

바로 이곳에도 '언더커버'는 존재했습니다.

물론 여기서는 총수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본사의 직원이 하청업체 직원으로 '위장'해서 현장으로 파견됐습니다.

위장취업한 요원의 임무는 노조의 내부정보를 캐내고 회유하는 작업.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이 언더커버 직원은 노조의 강성 인물들을 보고서로 정리해서 본사에 올려 보냈습니다.

그들은 노동현장을 사용자에게 적합하도록 '그린화' 시키는 노조감시용 '언더커버'였던 것입니다.

몇 시간 뒤면 삼성 노조 파괴공작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서비스의 임원과 협력사 대표 등의 구속여부가 결정이 되죠.

하청업체 대표들에게는 본사가 직접 써준 '대본'을 읽게 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마저 이른바 그린화 실적으로 취급했던 80년 무노조 공화국.

"정말 봄이 왔나…아직까지 믿지 못해"
- 위영일 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지회장


그 치밀한 과정을 지켜보았던 이들은 아직 봄이 온 것을 믿을 수 없다 말합니다.

"삼성 총수는 이재용"
- 공정거래위원회 / 5월 1일


어제(1일)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그룹의 법적 총수 지위에 올랐습니다.

쇄신과 준법 그리고 뒤늦은 노조 설립을 약속한 젊은 총수에게 자신의 회사 말단직원으로 일주일간 위장취업 했던 '화이트캐슬'의 데이브 라이프 회장의 출연 소감을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그동안 수치로 모든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할 겁니다.
그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 데이브 라이프 / 화이트 캐슬 CEO

아, 물론. 이 내용은 대한항공의 오너일가에게도 전해드립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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