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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체육계 '미투'…피해자들의 용기에 응답하라

입력 2018-04-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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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체육계 '미투'…피해자들의 용기에 응답하라

리듬체조부터 태권도, 바둑까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 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 등 위와 아래의 권력관계가 뚜렷한 체육계에서 하나둘씩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을 꺼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와 맞서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9년 동안 나는 (가해자로 지목한) 그 사람을 피해 다녔다


무섭고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이 글을 쓴다면 나에게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봐 몇번이고 주저했다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외국인 여성 프로바둑 기사 A씨의 말에서도 용기를 내기까지의 고민과 고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용기는 또 다른 용기를 불러냈습니다. 태권도 강모 사범에게 수 년간 성추행을 당했던 제자들의 폭로가 지난 달 JTBC를 통해 보도가 되자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타났습니다. 피해자 규모는 이제 20여명을 넘어 섰습니다. 이들 피해자 가운데 12명은 검찰에 강 씨를 고소하며 법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단순한 폭로 이상의, 적극적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성추행을 넘어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까지도 나오면서 사태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강 씨는 10년 전 중학생이었던 제자에게 술을 먹이고 잊혀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는 뒤늦게 폭로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을때까지 숨기고 싶었어요. 하지만 내가 주저하는 것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처럼 체육계 '미투' 운동은 더디지만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산하 단체들의 대처는 미온적입니다.

JTBC 보도 이후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던 대한태권도협회는 "여전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폭로 이후 문제가 된 강씨가 태권도협회 이사직을 내려놓았을 뿐 협회 차원의 사후적 조치는 아직 없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태권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강 전 이사를 지금 당장 징계할 수 있지만 섣불리 나섰다가는 되레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관할 지역 체육회에서 처리할 문제다"는 입장입니다. 사안의 심각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책임을 떠넘기듯 방조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체육회는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 씨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체육단체들이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와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정작 행정력을 발휘해야 할 사건과 논란에는 팔짱만 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체육계 '미투'에 불을 당긴 이경희 리듬체조 전임지도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투' 폭로 이후 "달라진 것도 바뀐 것도 없다. 잘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만 괜히 창피하게 됐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의가 이긴다는 건 옛말인 거 같다. 그런 것을 믿고,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한 채 참으면서 세상을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미투' 폭로자들은 비슷한 말을 합니다. "나와 같은 상처를 받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라도 '미투' 폭로자들의 용기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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