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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미세먼지 더 독해지지 않았다구요?

입력 2018-04-12 13:48 수정 2018-04-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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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미세먼지 더 독해지지 않았다구요?


JTBC 뉴스룸은 지난달 26일 미세먼지 기획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해외, 건강, 현황과 정책 등 다각적인 취재를 통해 준비한 20여건의 기사를 일주일동안 내보냈습니다.

그 첫 기사가 < 맘껏 숨쉬기 힘든 현실…우리는 더 독해진 먼지를 마시고 있다 >입니다.

 


이 기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실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의문이었습니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날이 많아지다보니 모두들 과거에 비해 대기질이 나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그냥 개인적인 감정이나 기억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작고 독한 놈이 많아졌다.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라는 개념이 대중화되고, 공식적인 측정도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그냥 먼지의 총량(총분진)을 측정했습니다. 그러다 입자 크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PM10과 PM2.5라는 개념이 순차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취재설명서] 미세먼지 더 독해지지 않았다구요?


입자가 작은 PM2.5는 우리 몸속 더 깊숙한 곳, 폐 속까지 들어가 폐암까지도 유발합니다. 그보다 더 작은 입자도 있는데 이런 입자는 혈관으로 들어가 뇌까지 도달해 나쁜 영향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굵은 입자 미세먼지보다 더 독한 놈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JTBC는 PM10 안에 포함되는 PM2.5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자료를 찾아 보도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미세먼지가 더 독해졌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죠. 물론 독단적인 판단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내린 결론입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 기사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첫째는 기사에 인용한 PM 2.5 그래프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기사에서 PM10과 PM2.5 비율을 특정 3일만 비교,제시했는데 이정도로는 대표성이 없고 주제에 맞춰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짜맞췄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더 독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자의 시각에서 자신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런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연구와 토론의 영역이니까요.

또 저희가 취재가 부족했다거나 본의 아니게 왜곡된 정보를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면 어떤 방식의 비판도 마땅히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그렇지 않기에 '팩트'를 정확히 설명하겠습니다.

○PM2.5 농도 그래프는 HEI 자료…환경부가 국제기구에 제출

미세먼지가 더 독해졌는지를 판단할 때 작은 입자의 양과 비율이 모두 중요합니다. 뒤에 다루겠지만 전체 미세먼지중 작고 독한 입자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양이 줄었다면 더 독해졌다고 말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 데이터를 찾았습니다. 이중 가장 눈에 띄고 많이 유통되는 데이터가 기사에 언급한 연도별 PM2.5 농도 추이를 OECD 국가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취재설명서] 미세먼지 더 독해지지 않았다구요?


이 데이터는 미국의 보건 환경분야 비영리 연구집단인 HEI가 출처입니다. 물론 HEI가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닐테고 OECD나 WHO 같은 국제기구가 각국 정부로부터 모은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HEI에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고, 나중에 우리 환경부에 문의하니 맞다는 답이 왔습니다.

자료엔 1990년과 2000년, 2005년 모두 우리나라 PM2.5 농도가 26㎍/㎥로 표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비판하는 측에선 "어떻게 15년 동안 동일한 수치가 유지되냐"며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에 PM2.5 측정망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국제기구에 지금 수준의 정확한 측정 값을 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당시 수준에서 나름의 근거를 갖고 데이터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중요한 건 비교적 제대로된 측정망이 갖춰진 2000년대 후반 이후의 데이터입니다. 이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PM2.5 농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간 감소하다가 다시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이 그래프를 인용해 전달하고자한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PM2.5 농도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는 점, 즉 공기 질은 나빠지고 있다는 추세입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 데이터는 이후 제시된 PM10과 PM2.5의 비율과 그 의미를 판단하는데 전제가 됩니다. 절대적인 양이 유지되거나 또는 늘고 있는 와중에 비율마저 상승했다면 더 독해졌다는 판단을 해도 큰 무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론을 제기한 측에서도 이를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2005년 이전 데이터 유무에 매달리는 것은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행태입니다.


○환경부와 서울시 자료가 왜곡됐다?

두 번째 문제는 PM10 내 PM2.5의 비율(이하 '분율'로 표현)에 관한 것입니다. 이 비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이는 공기의 질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저희는 기사에서 직전 3년의 특정일(3월26일) 분율 추이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비판하는 측에서는 이를 두고 대표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과학적 기초지식이 없다거나 일부러 입맛에 맞는 날을 골라 제시하는 조작을 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까지 곁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는 JTBC 취재진이 만들어내거나 입맛대로 고른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부가 국가차원의 PM2.5 농도를 공식 측정한 것은 2015년부터지만 서울시는 2002년부터 측정한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최근 10년치 일별, 월별 측정값을 받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분율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보도를 한 것입니다.

 
[취재설명서] 미세먼지 더 독해지지 않았다구요?


다만 이중 특정한 3일을 비교한 것은 그래픽으로 한눈에 보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른 날짜 역시 방송이 나간 3월26일치 입니다. 어떤 의도도 없었고, 추세가 분명한 만큼 어느 날을 잡아도 '확률적으로' 같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당일치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상한 부분은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도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다른 결론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평균 분율이 2008년 0.48에서 지난해 0.57로 올랐는데 비판 글에 제시된 그래프에는 동일한 값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판하는 측에서 어떻게 자료를 처리했는지는 저희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인용한 데이터는 서울시에서 직접 받아 2차 가공없이 사용한 것이며, 이후 몇차례 확인한 결과 서울시에서도 틀림이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월별 분율 추이입니다.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연평균 처럼 장기 평균치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미세먼지가 별로 없는 여름철 수치까지 합해진 연평균 농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시기의 분율이 더욱 중요합니다.

 
[취재설명서] 미세먼지 더 독해지지 않았다구요?

위에 제시한 표를 보면 1, 2, 3월의 분율 상승 추세는 연평균치에 비해 훨씬 뚜렷이 나타납니다.

비판하는 측에서도 서울시 자료를 확보했다면 이를 분명히 확인했을텐데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쪽에서 의도한 결론에 자료를 짜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보도의 목적은 국내외 복합 대책

처음 기사를 준비할 때도 그랬지만 지적에 대한 재반론을 준비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만류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당장 공기가 나빠지고 있는게 분명한데 30년전 자료를 놓고 이 해석이 맞네, 틀리네 하는 논쟁의 수렁에 빠지면 정작 중요한 부분이 가려진다는 것이죠. 그래도 저희가 사실을 오도했거나 조작을 했다는 지적은 견디기 어려워 일단 취재한 내용을 충실히 전달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대책입니다.

JTBC의 기획기사가 희망하는 바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적거리는 정부에게도 자극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희가 취재하고 연속보도한 결론은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PM2.5 미세먼지 분율이 높아졌다는 '팩트'는 많은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먼저 국내 대책으로는 경유차 에 대한 보다 강화된 대책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PM10 수치가 줄면서도 PM2.5 분율이 늘어난 요인은 경유차 급증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석탄화력 등 발전소 운영 제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이 국내외적으로 복합적인 만큼 국외 대책도 절실합니다.

중국 정부에 산둥반도나 랴오닝성같은 공장지대 시설물에 보다 강력한 배출 기준을 적용하라고 말해야 합니다.
미세먼지를 싣고온 바람 방향 분석은 국내대책 실행의 타이밍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미 심각해질대로 심각해진 뒤에 시행하는 비상대책은 뒷북일 수밖에 없고, 이런 바람 방향이 예상되면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환경부도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의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는데 JTBC의 분석과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했다면 대책도 적절히 수정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취재 없이 받아쓰기 하는 언론…전국민 관심사로 '낚시질'

사족으로 언론의 보도 행태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자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수행한 연구방식에 따라 나름대로의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스스로 좀 더 엄격해져야 합니다. 최근 일부 언론은 "JTBC는 A라고 보도했는데 일부 학자는 B라고 말해 보도의 공정성에 시비가 붙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학자의 글에 나온 자극적 비유를 따와 제목으로 달기도 했습니다.

공신력 있는 언론이라면 이런 논쟁이 붙어서 재밌다고 보도할게 아니라, 어느쪽이 옳은지 시비를 가려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내면서 JTBC에 어떤 자료와 분석을 통해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식의 기사는 전국민적 관심사안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낚시질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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