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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입력 2018-04-10 21:36 수정 2018-04-11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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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즈음 마침 동동주를 빚어서 젖빛처럼 하얀 술이 동이에 넘실대니…바람 잘 드는 마루를 벌써 쓸어놓고 기다리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그리운 친구 권필에게 보냈던 간찰, 즉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그 시절 선비들의 편지글에는 낭만과 정취가 넘쳐났습니다.

딸을 시집보내며 흉이라도 잡힐까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

또 빌려주었던 책을 얼른 되돌려달라…혹은 새책을 들였다던데, 나 좀 빨리 빌려달라는 재촉의 문장 등등.

오래된 편지글 안에는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의 사람냄새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편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에는 답장을 쓰는 노인, 나미야 씨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잡화점의 편지함 속에 얼굴과 이름을 감춘, 익명의 편지들이 배달되기 시작했고 잡화점 주인 나미야 씨는 정성껏 답장을 보내주었습니다.

"공부를 안 하고 100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요?"
"가업을 위해 음악을 포기해야 할까요"
"쓸데없는 생각 말고 한 번 더 목숨 걸고 해봐 어떻든 너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와" - 나미야 잡화점


마음이 가져온 기적 때문이었을까.

편지 왕래는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시공간을 초월해서, 오랫동안 이어지게 된다는 이야기였지요.

얼굴 한번 마주하지 못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편지글을 통해서 일상은 소소한 기적들로 반짝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시 여러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앞으로는 보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음은 더 간절했겠지요.

마치 치밀한 시나리오를 구성해둔 것 마냥 시점에 따라서 미리 준비해두었다는 편지들은 하나씩 순서를 맞추어서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처음 구치소로 향하던 날, 공개된 자필편지와 천안함 추모일에 공개된 이른바 옥중서신.

그리고 이번 편지 역시 "기소 시점에 맞춰 발표하도록 맡겨놓은 것"이라 했습니다.

"가공의 시나리오…가히 무술옥사"

억울함과 노기를 가득 담은 그의 공개편지는 앞으로 길고 긴 재판의 과정 중에 또다시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난처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무릇 편지란…

답장을 기대하기 마련이라는데 우리는 무어라 답장을 보내야 할까…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누구에게나. 어떤 편지에 대해서든 반드시 답장을 보내주었다는 나미야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역시 그 구구절절 길고 길었던 편지에 대한 착실한 답변들을 꼬박꼬박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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