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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입력 2018-04-0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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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채 서른이 못 된 젊은 아내는 어린 딸을 둘러업고 매일 서대문구치소로 향했습니다.

남편을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대법원 선고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처지를 딱하게 여긴 어느 교도관의 배려로 아내는 먼발치에서 남편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가족의 눈이 허공에서 얽힌 짧은 순간…

아는 내색을 하면 낭패라는 사실을 알기에 아버지는 어린 딸을 향해, 몇 마디를 중얼거리고는 그만이었습니다.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선고가 내려진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원 사형이 집행되었던 인혁당 사건.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이 자리에 피고인들이 사형당해 없다는 것이다"
- 이기택 부장판사. 2005년 인혁당 사건 재심 개시일

법원은 30여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재심을 결정했고 2007년 뒤늦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꽃비 내리던 봄날 유신의 겨울을 이어가기 위해 사람을 죽인 사법살인의 가슴 아픈 역사였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 2012년 9월 10일 < 손석희의 시선집중 >

2012년 9월.

18대 대선을 100일 남겨두었던 날.

유력 대선후보는 유신시절 법원의 판결과 뒤늦게 이를 바로잡은 재심판결을 같은 선상에 두고 얘기했습니다.

이후 악화된 여론 탓이었을까.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을 뿐…"
-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 (2012년 9월 24일)

사과입장을 낭독하던 순간마저도 인혁당을 민혁당이라 잘못 읽어…뒷말을 남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법을 인정하지 않았던 비뚤어진 징후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난 주말.

"정치 검찰의 사법살인"
"촛불 쿠데타 세력에 굴종한 사법부"
'법치사망' '살인재판'


"사법살인"

함부로 등장해선 안 될 그 단어가…

그를 옹위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터져 나왔습니다.

"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에 처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판결 2018년 4월 6일

보여주어도 읽지 않고, 들려주어도 듣지 않을 그들을 향해서 100분의 주문을 생방송으로 공개하며 읽어 내려갔던 이유는 법에 의한 판결문에 부끄러움이 없었기 때문일 것…

그리고 오늘 4월 9일은 공교롭게도 1975년, 8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유신의 사법살인이 자행되었던 바로 그 날입니다.

꽃잎 흐드러지던 유신의 봄 그 한복판에서 벌어진 비극의 시간 앞에서…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어린 딸의 머리 한번 쓸어주지 못했던 아비의 죽음 앞에서…

떨어져 내리던 꽃비는…

오늘도 여전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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