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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병력 출동 검토 문건'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입력 2018-03-28 14:34 수정 2018-07-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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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병력 출동 검토 문건'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JTBC는 '뉴스룸 보도'를 통해 SBS 질문에 답했습니다. SBS는 '이철희 의원 요청이 병력 출동 관련 문건 작성의 핵심 전제'란 프레임을 만든 뒤에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의 답은 한마디로 그런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건의 고리'는 단선적이지 않다

JTBC는 올 3월 20일 위수령 문제가 포함된 군 병력 출동 관련 검토 문건을 보도할 때 후속 보도까지 염두에 뒀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의 촛불집회 대비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촛불집회 당시 합참이 과거 내부의 위수령 폐지 의견이 없었던 것처럼 문건을 재작성한 사실도 취재됐습니다. 수방사 문건은 다음날(21일) 국방부 조사 결과 발표를 토대로 다뤘습니다. 같은 날 합참이 문건을 재작성한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위수령 검토가 아닌 폐지 검토 요청"


이철희 의원이 국방부에 요청한 건 '위수령 검토'가 아니라 '위수령 폐지 검토'였습니다. 2016년 11월 23일 첫 서면 질의에서 위수령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과 위수령 폐기 논의 연혁을 물었습니다. 2017년 2월 14일 서면 질의는 더 강경했습니다. "위수령은 유신 잔재"라며 "폐지돼야 한다고 보는데 국방부의 입장과 향후 계획은?"이란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질의 50일 만인 2017년 1월 13일 합참은 "군이 출동하는 상황은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수령 폐지 논의는 관련 자료가 없어 확인이 제한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나흘 전인 2017년 1월 9일 국방부·합참·육군본부 회의에서 '폐기 필요'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이 의원에게는 숨겼습니다. 2017년 2월 14일 질의에 대한 답변은 3일 만에 왔지만 "필요성 여부 검토"라는 원론적 수준이었습니다.


 
[취재설명서] '병력 출동 검토 문건'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위수령 폐지 의견' 지워진 후 '병력출동 문건' 보고


그리고 국방부와 합참의 '수상한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합참은 2017년 2월 20일 '위수령 관련 검토 경과'라는 문건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내부 위수령 폐지 의견을 지우고 '개선 필요' 즉, 존치하는 방향으로 문구를 수정합니다. 국방부는 위수령 문건을 보고 받은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의 추가 지시에 따라 2017년 2월 24일 새로운 문건을 보고합니다.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란 이 문건에는 위수령 존폐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위수령 폐지 검토' 요청에 따라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위수령에 의한 병력 출동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나 위수사령관은 병력 출동에 관하여 능동적으로 협의 요청은 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됨', '병력 출동 시 소극적인 무기 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이라고 돼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눈에 띕니다.


△ 군 입장에서는 위수령 또는 부대직제령에 의한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병력출동 부대 및 그 규모, 무기 휴대범위, 행동 준칙, 경찰과의 임무 분장 및 지휘체계 등에 대한 사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함.


△ 다만, 그 비상사태가 군의 경찰 보충적 치안유지 활동만으로는 질서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행자부 장관과 협의하여 계엄령이 선포되도록 한 후, 법적 여건이 보장된 상태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을 하는 것이 타당


'금연(위수령 폐지) 입장'을 물었는데 '흡연(위수령)을 대비해 담배와 라이터(출동 부대 및 무기 휴대 범위 등)를 준비해야 한다', '음주(계엄령)가 타당하다'는 식의 문건이 작성된 셈입니다. 이 의원은 "요청하지도 않았던 내용, 질서유지를 위한 군 병력 출동에 대한 검토를 당시 장관이 지시를 했고 실제로 문건이 작성됐다. 그 문건을 보면 무기사용이라든지 계엄령 등에 대한 언급이 들어있다. 촛불 당시 이런 문건이 작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요청한 의원실에는 제시되지 않았고 존재조차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JTBC '문건 작성자' 반론권 보장


JTBC는 문건 작성자의 반론권도 보장했습니다. 그는 "단순 개념 정리였다.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병력을 동원하려 했다는 것은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만약 문건이 이철희 의원의 요청에 따라 작성됐다고 주장했다면 그 역시 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듣지 못했습니다. JTBC는 당시 국방부 감사관실이 문건 작성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문건의 목적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JTBC는 다음날(21일) 촛불집회 당시 병력 출동을 검토한 진술이나 자료가 없다는 국방부의 공식 조사 결과 발표도 다뤘습니다.


JTBC가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보도하기 전 취재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촛불집회 당시 수방사의 경비 계획 문건의 존재

2. 국방부와 군 내부의 위수령 폐지 의견 묵살

3. 한민구 당시 장관에게 보고된 '병력 출동 관련 검토' 문건

4. "병력 출동 검토는 위수령 폐지 검토 요청과 별개였다"는 이철희 의원 입장


 


▶'앞뒤 자른 건' 누구인가


이철희 의원은 지난 21일과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위수령 폐지 검토 요청과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이 별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SBS는 지난 23일 메인뉴스에서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하면서 이 의원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보좌관의 통화 녹취만 사용했습니다. 이 의원의 공식 입장에서도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이 의원의 보좌관은 통화 녹음은 물론 방송에 동의를 해준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의원 본인은 SBS와 통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어 25일 보도에서도 보좌관의 통화 녹취가 또 사용됐습니다.


SBS와 이 의원 보좌관과의 통화는 지난 22일 [취재파일/軍이 위수령 검토?…무엇을 위해 軍 흠집내나]라는 기사를 SBS가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됩니다. 이 의원의 요청에 따라 군이 위수령 문건을 작성했을 뿐인데 이 의원이 군을 흠집낸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은 SBS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와 함께 잘못된 사실 관계를 바로 잡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때 이 의원 요청과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은 별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기사는 내려졌지만 지난 23일 SBS  보도에는 보좌관의 핵심 설명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SBS는 이 의원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JTBC에 대해 이 의원의 설명을 취사선택했다고 했습니다. 현재 이 의원 측은 "SBS가 보좌진의 인터뷰를 왜곡해 보도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입니다.


▶'입수'가 아닌 '자발적 제출'?


SBS는 26일 [위수령 문건, '입수' 아닌 '제출'…JTBC, 180도 바꿔서 공개] 이같은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합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으면 제출했겠느냐"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까지 인용합니다. 그렇다면 지난 1년 간 제출하지 않았던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요?


올 3월8일 오전 10시 군인권센터가 '촛불 집회 진압'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엽니다. 그날 오후 1시26분 '국방부 감사 시작'이라는 발표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오후 2시 국방부 법무과에서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실을 방문해 두 문건(병력출동 검토 포함)을 제출합니다. 그리고 3월16일 합참은 과거 군의 위수령 폐지 의견이 은폐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을 이 의원에게 제출합니다. 한민구 전 장관과 합참 관계자가 회의를 한 뒤 위수령 '폐지 의견'이 '개선 의견'으로 문건이 수정됐다는 내용도 전합니다.

①감사가 시작되고서야 13개월 전 문건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에게 제출했다는 점 ②'2017년 국방부(박근혜 정부, 이철희 의원은 야당)'와 '2018년 국방부(문재인 정부, 이철희 의원은 여당)'는 다른 주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SBS는 또 위수령 연구 용역 계획이 담긴 국방부의 답변(2017년 3월13일)을 부각했습니다. 위수령 발동을 검토했다면 용역을 맡기겠다고 이 의원에게 보고했을 리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국방부 답변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3일이 지난 시점에서 전달됩니다. 탄핵 촛불집회가 마무리된 후입니다. 그리고 용역 보고서는 올해 3월 의원실에 제출됐습니다.



▶대중의 선입견은 무엇인가요?


SBS는 8시 뉴스에서 "군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에 올라타 촛불 위수령 증거라고 보도한 셈입니다"(23일), "사실관계를 취사선택하는 건 언론으로서 기본을 놓친 일일 겁니다"(25일)라고 보도했습니다. 대중의 선입견은 무엇인가요? 언론의 기본을 놓친 건 과연 누구일까요? 다른 언론 보도에 대한 비평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섞인 듯 한 표현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게 우리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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