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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학생 편의 외면하는 '해발 800m' 캠퍼스

입력 2018-03-26 21:36 수정 2018-03-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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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6일) 밀착카메라는 하늘 아래 첫 대학교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여기 다니는 학생들은 '산신령'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해발 800m 고지대나 허허벌판에 있는 대학들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지자체가 대학을 유치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산봉우리들이 하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3월인데도 그림 같은 설경이 펼쳐집니다.

항공촬영 장비가 방향을 바꾸자 첩첩산중 속에 폭 파묻혀있던 건물들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이가현/학교 재학생 : 산신령이라고. 저희가. 학 타고 내려오느냐고 약간 그렇게 놀리기도 해요.]

[학교 재학생 : 하늘 아래 첫 대학교.]

산봉우리와 절벽들 사이로 대학교 캠퍼스가 보입니다.

이 고도계로 재어보니 해발 800m가 넘는다고 나오는데, 이는 63빌딩의 3배 정도 되는 높이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학인데, 이 때문에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합니다.

이번 달에만 폭설로 두 번이나 휴교를 했습니다.

눈이 조금만 쌓여도 셔틀버스가 다니기에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기숙사 두 곳은 거리가 멀어 통학이 만만치 않습니다.

읍내에 있는 기숙사에서 캠퍼스까지는 9km 정도가 떨어져 있는데요.

저도 차를 타고 캠퍼스까지 가는 길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마을과 탄광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십여 분을 달려도 캠퍼스까지는 3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산과 도로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길을 한참 달려가자 우측에 대학이 나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도 20여 분이 걸립니다.

[박선민/학교 재학생 : 여기(읍내 기숙사) 비가 와서 우산을 챙겨가면 학교는 눈이 오는 정도… ]

[이가현/학교 재학생 : 한 번 걸어가 봤대요. 두 시간인가 네 시간 걸린다고 하지 말라고. 진짜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캠퍼스에는 아직도 긴 패딩을 입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눈이 쌓여 출입을 막은 곳도 있습니다.

높은 울타리가 쳐져 있는 운동장 뒤쪽은 절벽입니다.

[김정윤/학교 재학생 : 여기서 이글루도 만들어봤고 저기 저 친구랑 그 계단에 쌓인 눈을 치우고. 멧돼지가 몇 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캠퍼스 옆 기숙사에서는 배달음식을 시키는 게 어려워 밤이면 같이 야식을 시킬 사람을 구하는 포스트잇이 붙습니다.

[김민주/학교 재학생 : 눈이 오면 갇히게 되거든요. 차량이 통제돼서. 그래서 항상 고립돼서 놀고 있습니다.]

강원대 도계캠퍼스는 폐광발전기금 등 1200억 원을 들여 지난 2009년 문을 열었습니다.

입지가 학교로 적절치 않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운영 포기 권고에도 폐광 살리기 여론에 강행한 것입니다.

석탄산업전사비가 있는 이곳 강원 도계읍은 우리나라 석탄산업이 시작한 곳입니다.

석탄산업이 부흥했을 때는 한때 4만 명이 살기도 했지만, 인구가 3분의 1로 줄면서 지역 경제도 같이 침체 됐습니다.

[지역 상인 : 저희가 어렸을 때 같은 경우엔 엄청나게 또래 애들도 많았어요. 점점 없어져 가는거죠]

경제효과는 예상보다 적고 불편함이 큰 탓에 지자체와 학교는 읍내에 새로운 강의동을 신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불편할 거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박선민/학교 재학생 : 어느 강의는 학교에 있고 어느 강의는 밑에 있으면 왔다 갔다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에…]

몇 년 사이 전국 13곳에 생겨난 산학협력 캠퍼스들도 외딴 입지에 학생들의 불만이 큽니다.

[산학협력캠퍼스 학생 : 지금은 버스가 거의 없어요. 학교에서도 지원해주면 그 차를 많이 타고 나갈 수 있게 해주면 좋은데. 그게 없어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산업공단에 캠퍼스를 만들다 보니 외부로의 이동이 고려되지 않은 것입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많은 지자체가 대학을 유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편의는 많이 고려되지 않는데요,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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