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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정글' 속 편견에 맞선 세 여성…"최선 다하는 게 여성스러운 것"

입력 2018-03-24 21:34 수정 2018-03-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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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은 여자다워야 한다는 편견에 시달린다"…영화 '해리 포터'로 잘 알려진 배우, 엠마 왓슨이 UN 연설에서 한 얘기입니다.

[엠마 왓슨(2014년 유엔 연설) : 8살 때 전 대장 행세한다는 비아냥을 들었습니다. 학예회 공연 감독을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남자에겐 그런 말 하지 않았습니다.]

16살, 최연소로 남극과 북극을 가로지른 여성 탐험가죠. 제이미 하미스터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적당히 줄이면서 살아라",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습니다. 여성은 얌전하고 소극적이고 또 조신해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죠. 이런 편견에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이 많은 남성들 속에 여성은 단 1명입니다. 혼자 몸을 풀고 혼자 달립니다.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 체력 테스트 직전 모습입니다.

단원들이 모이기 전 이미 지휘자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악보는 머릿속에서 선율이 되고 손은 관현악의 강약을 조절합니다. 경기필 오케스트라 공연 전 마지막 연습 날입니다.

필요한 것은 투박한 작업화와 검은색 작업복. 마스크를 챙겨들고 장갑을 끼면 일할 준비가 끝납니다. 주변은 시뻘건 불덩어리 천지입니다. 용접 기능장이 현장 교육을 하러 나선 순간입니다. 

세 여성 모두 비슷하고도 다른 사연을 가졌습니다. 

국내 유일한 여성 국제 심판 김경민 씨,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살아 남아야 했습니다. 국공립 오케스트라 첫 여성 음악 감독 성시연 씨, 지휘는 남자 몫이란 편견을 이겨야 했습니다. 첫 여성 용접 기능장 박은혜 씨, 오랜 시간 여성 동료 1명조차 없이 일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밀리면 안 된다" 되뇌었습니다. 선수들 몸싸움은 여성 심판에게 욕설로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매번 연습은 전쟁이었습니다. 개성 다른 단원들을 조율하는 건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과 싸워왔습니다.

처음 일했던 아파트 공사 현장엔 여자 화장실조차 없었습니다. 작업은 힘들었고 사람과 환경은 더 힘들었습니다.

한때 남성 심판처럼 되려고 애썼었습니다. 더 투박하게 부딪히고 거친 말도 뱉었습니다.

여성 지휘자라 주목받는다는 편견이 싫었습니다. 공연 책자에서 여성 수식어를 빼달라 하기도 했습니다. 

남자 말투를 흉내내고 억지로 더 술을 먹었습니다. 세밀한 자기 기술보다 직선적인 남자 용접공 기술을 따라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여성 비하와 싸워야 했던 세 명. 남성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말고 나답게 일하는 내 모습이 여성스러운 거 아닐까요.]

여성스럽게 행동하라는 말이 적당히 줄이고 포기하라는 뜻이라면 거부했습니다.

[갖고 있는 감성이라든지 능력이라든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난 여성이니까 나답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여성다운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목표를 이뤄나갔습니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남녀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을때 저에게 주어지는 결과가 뚜렷하기 때문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적 양성 평등 수준은 세계 144개국 가운데 121위.

여성 임원 비율은 남성 10명당 1명이고 여성이 받는 돈은 남성의 60%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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