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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토지 공개념' 뜨거운 논란

입력 2018-03-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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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이것이 어제(21일) 청와대가 개헌안에 넣기로 한 조항이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토지공개념' 조항인데, 시장 경제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냐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여당은 불평등을 완화해 시장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여소야대여서 국회통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만 청와대가 다시 한번 정책 전환의 의지를 이렇게 강하게 내보인 만큼 개헌안 통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예를 들면 보유세 인상 등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은 보다 힘을 받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  "시장경제 포기" vs "정상화"…'토지공개념' 정치권 공방

[이태경 기자]

정치권은 토지공개념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 갈수록 악화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장제원/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 소름 돋는 사회주의로의 변혁을 꿈꾸는 좌파들의 야욕이 드러났으며…]

토지공개념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전체 국민 중 상위 1%의 부동산 부자가 토지의 46%를 보유할 정도로 부의 편중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인과 법인으로 나눠보면 법인 중에서 상위 1%, 다시 말해 대기업으로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뚜렷합니다.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입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탄생한 개헌안에도 큰 틀에서 토지공개념이 담겼지만 명확하지 않은 표현 때문에 관련 법률은 번번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관련 조항이 헌법에 담기면 앞으로 과도한 임대소득이나 시세차익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노태우 정부 때 도입했다가 각각 헌법 불합치와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같은 제도가 부활할 여지도 생깁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을 감안하면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개헌안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부동산정책 전환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드러냈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유세 인상 등 정부 차원에서 토지공개념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속도는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개헌안…'토지 공개념' 뜨거운 논란

대기업 공시지가는 '시세 절반'…기반부터 왜곡된 부동산 세금

[앵커]

시세는 370억 원, 공시지가는 절반 수준인 201억 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값 얘기입니다. 또 매입가는 10조 5500억원, 공시지가는 8분의 1 수준인 1조 4000억원. 이것은 현대가 사들인 강남의 한전부지 땅값 얘기입니다.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의 공시지가가 시세의 7, 80%인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죠. 부동산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쏠리는데 세금징수는 오히려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영우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의 삼정전자 서초사옥입니다.

지하철과 가깝고, 큰 도로변에 있어 강남에서도 대표적인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정부가 공개한 이곳의 공시지가는 5882억 원입니다.

하지만 주변 건물 시세와 비교한 추정 가격은 1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입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201억 원인 반면, 시세는 370억 원에 달해 역시 시세 반영률은 54% 수준입니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10조 5500억 원에 산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의 공시지가는 당시 1조 4000억 원으로 매입가의 약 8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으면 그만큼 세금은 덜 내게 됩니다.

반면 중산층과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의 시세 반영률은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서울 중랑구의 이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은 1억 9000만 원, 시세 반영률이 70%에 달합니다.

보유세 강화에 앞서 기준 가격부터 제대로 매겨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통령 개헌안…'토지 공개념' 뜨거운 논란

'로또 아파트'에 33조 몰린 이유…유명무실 '종부세' 강화되나

[앵커]

부동산 관련 세금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보유세입니다. 언젠가는 올리겠지… 하는 예상이 있어왔는데, 그 언젠가가 이제 가시권 안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이를 집중 논의할 청와대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종합부동산세를 되살리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송지혜 기자]

개포 주공 8단지 재건축 청약에는 약 3만 명이 몰려 경쟁률 25대 1을 기록했습니다.

중도금 대출이 안돼 분양가의 70%를 현금으로 내야하는 점을 계산하면 33조 원이 몰린 것입니다.

이같은 과열의 배경에는 유명무실한 부동산 보유세가 있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당첨만 되면 얻는 시세차익이 고가 부동산을 보유할 때 내는 세금을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이후 세율이 내려가면서 세수도 2007년과 2008년 평균 2조 5000억 원에서 2010년부터 평균 1조  원대로 추락했습니다.

강남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10년간 아파트 공시가격 5억 원이 오를 동안 종부세는 22만 원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청와대에 설치될 재정개혁특위가 집중 논의할 대상도 이 종부세입니다.

여러 방안 중 세율을 두 배 가까이 올리고, 과세표준액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지가 비율을 80%에서 100%로 올리는 가장 센 참여연대 안을 살펴봤습니다.

참여연대 안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종합부동산세는 158만원에서 601만원으로 약 4배 가까이가 됩니다.

재정개혁특위가 출범하면 보유세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강한 조세저항도 예상돼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대통령 개헌안…'토지 공개념' 뜨거운 논란

[팩트체크]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제도?

[전희경/자유한국당 대변인 (어제) : 토지공개념 강화, 경제민주화 강화와 같은 내용은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 정권의 방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나경 앵커]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제도인가? 오늘(22일) 팩트체크의 주제입니다. 이것은 토지공개념을 다룬 오늘자 언론 보도 내용들입니다. "토지공개념제도가 있는 나라는 잠비아뿐이다, 헌법에 도입하면 사회주의국가 된다",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들어간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한 군데도 없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런 글들이 많습니다.

오대영 기자, 청와대가 헌법에서 어떤 부분을 바꾼다고 한 것이죠?

[오대영 기자]

현행 헌법은 토지공개념을 2개 조항으로 나눠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23조 3항인데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한다"고 돼 있습니다.

다음은 122조입니다.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입니다.

[안나경 앵커]

일각에서는 그동안 없던 개념이 새롭게 들어가는 거라는 비판을 하던데, 이미 있던 개념인 것이군요.

[오대영 기자]

이번에는 오늘 공개된 대통령의 개정안을 한번 보겠습니다.

23조 3항이 24조 3항으로, 또 122조는 128조 1항으로 옮겨졌습니다.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128조 2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라는 내용입니다.

[안나경 앵커]

그러니까 토지공개념 조항이 2개에서 3개로 늘었다는 건데, 그런데 이거를 사회주의 제도라고 볼 수가 있습니까?

[오대영 기자]

물론 사회주의 국가들도 쓰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들도 오래 전부터 도입했습니다.

독일이 대표적입니다. 

우리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토지는 사회화를 목적으로 법률에 따라서 공동재산 또는 기타 공공서비스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헌법도 밝히고 있습니다.

헌법이 없는 영국에서는 법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산권 남용은 공익 보호를 위해서 제한될 수 있다는 개념이 20세기 초에 정립됐다는 게 헌법 학계의 공통적인 견해였습니다.

[안나경 앵커]

보면, 독일은 '공동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까지 굉장히 강력한 내용까지 포함이 되어있군요.

[오대영 기자]

우리나라는 1962년 개헌 때 처음으로 들어왔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한 5.16 뒤입니다.

그리고 1972년에 유신헌법에서 더 확대가 됐습니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강력한 법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세율이 높고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 때문에 헌재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헌법적 논란을 감안해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차진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 토지 재산권이 다른 재산권보다 공공성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재산권에는 가하지 않는 제약 같은 것을 가할 수가 있고 헌법재판소에서 토지공개념의 명문 근거가 약하다거나 불명확하다고 그렇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안나경 앵커]

그러니까 결국 결론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고, 우리도 오랫동안 써왔다, 이것이죠?

[오대영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이렇게 새롭게 들어간 조항에 대해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게 헌법학계의 공통된 의견이었고요.

예를 들어서 신설된 조항에 법률로써 한다, 이런 문구가 빠져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극단적으로는 국회 동의 없이 정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사유재산 제한 정도가 얼마나 강해질 것인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현재 사회주의냐, 아니냐 이념 공방에 치우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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