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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레드벨벳의 빨간 맛'

입력 2018-03-22 21:17 수정 2018-03-2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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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레드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혹시…"

기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윤상 음악 감독은 웃었습니다.

평양에 가서 공연하는 걸그룹의 이름은 레드벨벳.

공교롭게도 그들의 인기곡 역시 '빨간 맛' 이었으니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빨강으로 공연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하긴 우리에게는 빨간색만 봐도 두려웠던 이념의 기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빨강은 갈라진 이념이 상징하는 핏빛의 두려움.

분단과 전쟁 이후에도 그 선명한 색깔은 '레드 콤플렉스' 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생각들을 옥죄고는 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의 세상에서도 빨강은 정말 그러할까…

"분홍은 대개 남자아이의 색으로 파랑은 여자아이의 색으로 간주된다"

잘못 들으신 게 아닙니다.

1897년도 뉴욕타임스 기사입니다.

남자아이는 분홍. 여자아이는 파랑이라니…

당시 분홍은 지금과는 달리 빨간 피를 연상시키는 남성적인 색으로 인식되어서 남성이 즐겨 입는 색이었다고 합니다.

문화학자 개빈 에번스의 책 < 컬러인문학 > 에 따르면 중세시대의 노랑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망토 색으로 그려질 정도로 비겁함을 상징했지만 중국 왕조시대의 노란색은 황제의 권위를 나타냈고…

초록색 또한 평화의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에서 초록을 질투의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오 나의 군주시어 질투를 조심하소서!
자신이 먹고 사는 고리를 조롱하는
초록 눈의 괴물일지니…"
 - 셰익스피어 < 오셀로 >

색깔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념을 덧씌우는 것은 누구도 아닌 사람의 마음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자 그렇다면 이것은 어떨까요?

"겉은 오렌지색이면서 속은 빨간 '자몽 헌법'…아주 벌겋다" - 자유한국당 논평

청와대의 개헌안에 대해서 야당은 논평했습니다.

물론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4년 연임제 등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의견 제시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자신과 다른 생각이 등장하면 습관적으로 덧씌우는 빨간빛의 단어들…

빨갱이
벌겋다
적화통일
청와대 주사파
종북좌파 정권

90년대 이후 출생한 걸그룹 노래에 담긴 빨강은 여름을 상징하는 상큼함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들은 빨강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였지요.

그들의 빨강이 젊음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듯…

이제는 낡은 편견에 잡혀있었던 빨강을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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