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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장 난 조명…'블랙홀 유발' 위험한 터널

입력 2018-03-13 22:10 수정 2018-03-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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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운전을 하다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뒤에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한 사고를 막으려고 터널 내부에 조명을 설치해 둡니다. 그런데 일부 터널들은 조명이 고장난 채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한 터널입니다.

개통한 지는 15년 정도 지났는데요.

그런데 해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나, 운전자들의 민원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이유는 조명 때문이었는데요.

터널 안으로 조금만 들어와도 순식간에 어두워집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로 이곳을 지나가면 어떻게 보일까요?

오후 1시쯤 규정 속도로 들어가 봤습니다.

어두운 터널 안과 밝은 외부를 비교하기 위해 카메라를 밝은 곳에 맞춰 이동했습니다.

터널에 들어가자 마치 불을 끈 듯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의 불빛만 간신히 보입니다.

취재진이 700m 곡선 구간인 터널 내부를 확인한 결과, 꺼진 조명이 켜진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 터널에서 가장 어두운 구간입니다.

약 50m에 걸쳐서 수십 개의 조명이 달려있지만, 실제로 켜져 있는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맞은편에서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차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 이곳을 통과하는 일부 주민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사고 위험을 제기해 왔습니다.

[그때 거기서 한 번 차 접촉사고가… 운전자는 없어요. 다른 데로 실려 갔는지. 차만 그 앞부분이 다 찌그러져서.]

경기도 용인에 있는 또 다른 터널입니다.

중간쯤부터 확연히 어두워집니다.

꺼진 조명들도 곳곳에 보이고, 아예 덮개가 깨진 것도 있습니다.

운전자들은 당황하기 쉽습니다.

[이재은/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 조명이 잘 되어 있으면 그게 좀 덜한데, 좀 어둡거나 그러면 순간적으로 앞이 탁 안 보일 때가 있거든요.]

[이재영/경기도 수원시 화서동 : 안전운전을 해도 기본적인 게 안 되어 있다면 될 수가 없다는 거죠. 기본도 안 되어 있는데 어떻게 안전운전을 합니까.]

갑자기 어두워지는 상황에 사람의 눈이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두운 터널에 적응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올 때는 반대로 '화이트홀' 현상을 겪게 됩니다.

[지윤석 처장/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 앞에 차들이 안 보이게 됩니다. (전방에 있는 차들이) 갑자기 멈춰있는 경우가 있는데 인지할 수도 없고, 옆에 있는 차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보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도에 있는 499개의 터널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268개 터널이 조명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역시 지난해 말 도내 터널 98개 가운데 58개의 조명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2년 터널 조명의 밝기 기준이 강화됐는데, 개선이 필요한 곳 상당수가 그 전에 조명을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설계와 용역업체 선정 등을 거쳐야 해 실제 교체는 올 하반기에야 완료될 예정입니다.

경기도 측은 터널 조명 교체 시기를 앞당기고, 출입구에 안내판을 만드는 등 임시 대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조명이 고장난 터널은 이렇게 빠져나올 때도 햇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부셔서 이렇게 눈이 자동으로 감기게 되는데요.

행정적인 절차를 떠나 임시 안내판이라도 세워서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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