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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입력 2018-03-10 09:42 수정 2018-03-12 15:51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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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출근길 버스,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나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그런데 이상한게 있다. 내가 탄 버스는 좌회전 할 때마다 신호를 제대로 지키는 적이 거의 없다. 빨간불인데 좌회전하고, 직진 차선에서 좌회전하고, 교차로 중간까지 가서 기다리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그런데 궁금하다. 교차로에는 무인단속 카메라가 있는데 과태료는 어떻게 감당할까.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사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심지어 보호구역이다. 버스는 위반 한 건에 14만원. 하루 1번씩만 위반해도 한달이면 420만원이다. 버스기사님 월급보다 많다. 작은탐사, 소탐해봐야겠다.

일주일 동안 관찰해봤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상암초등학교 사거리다. 평일 닷새동안 관찰카메라를 설치했다. 출근, 등교 시간인 8~9시를 관찰했다. 녹화된 영상을 분석하니 좌회전 신호는 총 98번이었다. 그 중 좌회전하면서 법규를 위반한 차량은 모두 몇 대였을까.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71대였다. 좌회전 신호 98번 중 71대가 신호위반,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등 각종 법규를 어겼다는 거다.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놀랐다.
반면 직진 법규 위반은 2건에 불과했다. 좌회전이 문제였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인터넷에는 '좌회전 신호 안지켰는데 걸렸을까요?' 물어보는 누리꾼들이 많았다. 답변들을 봤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좌회전은 안찍힌단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나보다. 적어도 나는 몰랐다.

진짜 좌회전은 단속 안 될까?

진짜일까. 정말 좌회전은 무인카메라에 단속 안 되는걸까. 누리꾼의 답변 중에 이런게 있었다.
'좌회전 차선에는 루프가 없어서 못찍습니다'
확인해봤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정말이다. 좌회전 차선에는 루프가 없다. 신호위반을 무인카메라로 단속하려면 이 루프가 필수다. 모서리가 깎인 사각형 모양의 검은선이 루프 검지기다. 두 개가 한쌍으로 설치된다. 적색 신호에서 차가 이 루프를 밟고 지나가면 카메라가 번호판을 찍는 시스템이다. 루프가 없다는 건 단속을 못한다는 거다. 직진차선에는 있는데 좌회전 차선에는 없다.

정말 하나도 단속 안 하는걸까?

여기 사거리만 좌회전 신호위반 단속을 안하는 거겠지. 어딘가에선 하고 있겠지. 이 넓은 서울땅에 하나도 없을까. 경찰에 확인해봤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저희 카메라 자체가 좌회전 신호위반에 대한 것은 촬영하지 않습니다 아예. 직진 차량에 한해서만 신호위반을 단속합니다."

없었다. 서울은 전혀 안한다고 했다. 지방에선 일부 단속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경찰은 이 내용이 대중에 알려지면 좋지 않을거 같다고 했다. 좌회전 신호위반을 단속하지 않는 사실이 알려지면 부작용이 있을거라 걱정했다.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좌회전 법규위반 단골은 버스, 택시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앞서 닷새동안 관찰카메라를 돌려보니 좌회전 신호 98번에 71대가 법규를 위반했다. 누가 위반을 많이 했는지 따로 분석해봤다. 위반 차량 중 87%가 버스,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다. 87%. 과하다. 기사님들에게 직접 들어봐야겠다.

현직 버스, 택시 기사님들의 증언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그랬다. 버스, 택시 기사님들은 알고 있었다. 좌회전 신호위반은 무인단속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는걸. (물론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왜 무인카메라는 좌회전 단속 안 하나

경찰청에 물어봤다.
Q. 왜 무인카메라는 좌회전 단속 안 하나요?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A. 주로 신호위반이 직진하는 차량이 많고, 그런 차량에서 사고 위험이 높다고 하니까 그 차량 위주로 하고 있는거예요. 최소 예산으로 사고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비와 설치 지점을 선정해야 하니까요.

직진 신호 위반을 하는 차량이 많아서 좌회전 대신 직진 단속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관찰카메라 결과는 정반대였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98번 신호 중 좌회전 법규를 위반한 차량은 71대꼴, 직진 법규를 위반한 차량은 2대뿐이었다. 좌회전 위반이 압도적이다.

경찰은 좌회전에선 루프 검지가 잘 안될수도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거다.

미국은 좌회전 신호위반 단속하더라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좌회전 신호위반 단속 원리
출처 - http://www.scottsdaleaz.gov
 
교통선진국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은 무인카메라로 좌회전 신호위반을 단속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1대당 1개 차선을 단속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동시에 여러 개의 차선을 모니터할 수 있다. 차량 뒤에서 찍는게 보통이고, 앞, 뒤에서 다 찍는 경우도 있다. 직진은 물론 좌회전까지 어렵지 않게 단속할 수 있다.

이대로 둘 순 없지 않나

전국적으로는 일부 단속하긴 하지만 서울에선 무인카메라가 좌회전 신호 위반을 전혀 잡아내지 않는다. 하나도 단속하지 않는다는건 문제가 있다. 게다가 버스, 택시는 이 사실을 알고서 지키지 않는 듯하다.(좌회전 위반 차량의 87%가 버스, 택시). 대책이 필요하다.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은 올 연말까지 2개 차선을 동시에 단속할 수 있는 신형 장비 110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차선 하나를 더 볼 수 있으니 직진뿐 아니라 좌회전 신호위반도 단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다만 이 중 몇대를 좌회전 차선 단속에 투입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무인단속장비는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실태조사를 해서 좌회전 상습위반지역이나 사고다발지역을 선정하고 점진적으로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좌회전 신호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의 비양심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양심에만 기댈순 없지 않나. 그래서 법이 필요하다. 아는 사람은 안지키고, 모르는 사람만 지키는 규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사고가 난 뒤 대책을 마련하면 늦다.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소탐대실] 아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 안지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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