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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대북특사단 복귀 직후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8-03-07 15:19 수정 2018-03-07 15:30

청와대 출입기자의 기록 #이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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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기자의 기록 #이성대 기자

[취재설명서] 대북특사단 복귀 직후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춘추관에서 나온 "헐-"

지난 6일 저녁 8시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 정각이 되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단상에 올랐다. 정확히는 대북특별사절단을 이끈 수석특사자격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으로 시작해 6개항의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서 3차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간 핫라인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대화 용의 재천명
  -대화기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 및  남측 공격 의사 없음

브리핑을 끝내고 뒤돌아 나가며 관계자들은 서로 웃으며 격려했다. "잘했어~"란 소리도 들렸다.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청와대의 자체 판단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사실 이 같은 합의결과는 발표 7분전 언론에 엠바고(보도 유예) 조건으로 배포됐다. 발표문이 사전 제공 되자 브리핑 기다리던 기자들 사이에선 "헐-"하는 탄성이 터졌다.

춘추관 2층에서 이런 탄성이 나온건 지난해 5월19일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발표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정권 초반 당시 파격 인사에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더 파격적인 결과였던 셈이다.

이날 밤 청와대 춘추관의 풍경은 향후 남북관계사의 한 페이지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북한이 합의→폐기 과정을 번복해온 과거에 비춰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엔 '이번엔 다를거라는, 아니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아니다

그 근거는 우선 파트너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 스타일에 주목한다.

평양에서 김정은을 직접 대면하고 내려온 정의용 안보실장은 "김정은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했다. 노회한 정치 9단처럼 밀고 당기며 상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주고 받을 걸 모두 내놓고 빠르게 처리하는 실용적 면모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정은은 한미 군사훈련을 더 연기할 수 없다는 우리 측 입장을 먼저 이해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정일의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 고집을 깨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으로 내려오겠다고도 했다.

특히 6개항 합의문 내용 대부분은 이미 첫날 면담 과정에서 모두 합의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상 중요한 내용은 첫날 6시부터 시작된 접견에서 다 나왔다"고 귀띔했다.

특사단이 방북 첫날 곧바로 김정은을 만난 것도 김정은 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도 그렇고 대개 사회주의 국가권에선, 최고지도자 면담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쉽게 만나주지 않는다"며 "첫날 바로 만난 것부터가 선물이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석했다.

반면 김정일은 특사를 돌아가기 전 막판에 만나주거나 아예 만나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김정은은 확실히 속전속결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 다시 잡은 운전대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1일 취임 후 첫 미국 방문 때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운전대론'을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운전대'론은 문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건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15일, 6.15 17주년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DJ는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렵게 운전석에 앉았다.) 하지만 지난 9년 보수정권을 거치며 이런 식의 남북관계 접근법은 사라졌다.

따라서 한때 방치돼있던 운전대를 찾아오겠다는 생각은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기조다. 그리고 이 운전대론은 최근 '중매외교'로 외연을 넓혔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미간 대화 테이블을 주선해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사단이 가져온 합의 보따리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추가로 갖고있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구미를 당길 '특별메뉴'가 더 있다는 뜻이다. 

이제 문 대통령은 취임 11개월만에 운전석에 앉았다. 김정은도 그 차량에 한쪽 다리는 올려놨다. 문 대통령은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도 탈 마음은 있어 보인다. 이제 이 차량이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숨죽여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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