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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하고 있다'는 여성가족부…'무엇을' 하고 있냐고 묻는 국민

입력 2018-03-05 11:12 수정 2018-03-05 12:36

여성 스스로 사회의 어두운 면 들추는 동안 여가부는 '무엇'을 했나
#어환희 기자 취재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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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스로 사회의 어두운 면 들추는 동안 여가부는 '무엇'을 했나
#어환희 기자 취재설명서

[취재설명서] '하고 있다'는 여성가족부…'무엇을' 하고 있냐고 묻는 국민

서지현 검사가 JTBC에 출연한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 묻혔던 수많은 성폭행 · 추행 · 희롱이 드러났고, 지난 1일 가해자로는 처음으로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씨가 구속됐습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쯤해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성 개개인이 스스로 희생해
사회의 가장 고질적이고 어두운 면을 들추고 있는 동안,
여성들을 대변해야 할 여성가족부는 뭘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기사('미투 운동' 앞장서긴 커녕…여가부 '뒷북 대책' 비판)는 이런 배경에서 작성됐습니다.
 


여성가족부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제게 전화를 걸어 설명도 하고, 다음날 자료도 냈습니다.

핵심은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성폭력 상담소 등도 운영하고 있고 성폭력 · 성희롱 실태 조사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고 있다는 여가부와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국민들.
그 간극이 어디서 오는 건지,
지금부터 얘기해 보려 합니다.


▶ /간극 1/ 없어서 말 못하나? vs. 있어도 말 못해


"그 동안 신고나 상담할 곳이 없어서 피해자들의 얘기가 나오지 않았던 걸까요?"

여성시민단체에서 15년간 활동해 온 사무처장은 저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는 27일 여가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성희롱 · 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여가부는 공공부문에 특별신고센터를 신설해 온라인 비공개 게시판을 통해 신고 접수를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112, 1366 여성긴급전화, 성폭력피해 상담소, 대학내 성폭력 신고센터 등에 이어 인권위, 민간 여성시민단체 등지에서도 상담 및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피해자들이 입을 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서 기존 신고 및 상담 기구들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앞서 여가부가 '하고 있다'고 말한 1366 여성긴급전화가 대표적입니다.

1998년부터 24시간 핫라인 운영을 내세우며 등장한 1366 여성긴급전화는 피해자 상담·신고부터 기관 연계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걸었던 피해자들 대다수는 고개를 젓습니다.

 

상담원의 첫 목소리를 듣고 '아, 여기서 나는 도움을 받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간 지속된 사내 성추행에 해리성 장애까지 경험했다는 A씨는 1366을 누르고 한 첫 통화에서 사무적인 상담원의 말투에 도움 받기를 포기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상담 이후의 연계 서비스가 부실하다, 전국적으로 규모가 너무 작다 등의 지적들도 꾸준히 있었지만 개선은 없었습니다.

특별신고센터, 인사불이익 종합신고센터 등 기구들을 신설하겠다는 여가부의 '특단의' 대책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 /간극2/ 일단 말해봐 vs. 뒷 감당은 누가?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근 한 달이 지나서야 여가부는 컨트롤타워 격인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성폭력 진상조사단, 법무부의 성범죄 대책위원회, 인권위의 직권 조사 등 부처별 대응 방안이 산발적으로 나오면서 여가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역할과 권한은 모호한 수준입니다.

이러다보니 범정부 협의체가 '하고 있다'는 여가부의 알리바이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단순히 관계 부처들과 그간의 대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는지 점검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어려워하고, 또 말하기를 망설이는 지점을 파악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가장 시급한 부분은 '2차 피해'입니다.

이번 보완 대책에서는 피해자를 가해자와의 분리하고 해당 기관장에 책임을 묻는 정도로만 언급돼 있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 5항에 따르면,
성희롱을 은폐하거나 2차 피해 정황이 확인되면
여가부가 해당 기관의 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여가부가 2차 피해로 기관장에 징계를 요청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조사권이 있는 검·경찰에 의해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권한이 주어졌지만 자체적인 현황 파악 의지는 없었습니다.

3년에 한 번 꼴로 진행되는 성폭력 ·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는 표 하나짜리 2차 피해 관련 통계가 전부입니다.

생계와 직결된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을 직감한 여성들은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보니 1366 여성긴급전화가 생긴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은 건너 뛴 채 인생을 걸고 사례를 폭로한 피해자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성희롱·성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여가부의 행보에 대중의 시선은 다시 향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다'고 말하기에 앞서 '무엇'을 해 왔는지를 돌아보고 개선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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