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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의 '강간죄' 국제기준에 맞지 않다?

입력 2018-03-01 22:01 수정 2018-03-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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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핼퍼린 카다리/유엔 여성인권차별위 부의장(지난달 22일) : 국제 기준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간죄에 대한 한국의 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 답변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은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를 전면 폐지하였습니다.) 제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앵커]

지난달 22일, 유엔이 한국의 법 제도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던 장면입니다. 이유는 '강간죄' 규정 때문이었는데, 법무부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유엔은 한국의 강간죄가 유독 까다롭고,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과연 사실일지, 오늘(1일) 팩트체크에서 확인했습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이게 어떤 성격의 회의인 겁니까?

[기자]

UN산하 위원회입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회의를 여는데요.

이번에는 7년 만에 열렸습니다.

외국의 여성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입니다.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국제기준에 맞추라고 촉구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충돌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데 올해는 가정폭력과 강간, 사이버 성범죄 등의 대책이 논의가 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인 거죠?

[기자]

네.

[앵커]

그런데 이 위원회가 말하고자 하는건 '한국의 강간죄 규정이 국제 기준과 다르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이게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대체로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UN 규약을 보면 피해자가 동의를 했느냐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지게 돼 있습니다.

상대방이 거부를 했다면 강간 혐의를 받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스스로 입증을 해야 합니다.

주요국과 한국의 성립 요건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국과 미국, 독일은 가해자의 폭행 또는 협박이 동반될 때 강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은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더라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 이 보도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아래와 같이 정정합니다.)
 
[팩트체크] 한국의 '강간죄' 국제기준에 맞지 않다?


[앵커]

이렇게 보면 영국은 몰라도, 미국이나 독일하고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기자]

그런데 폭행과 협박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현저히 불가능한 상태'였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을 했느냐', '상황이 모면할 가능성이 있었느냐', '전혀 없었느냐'를 가지고 피해자 스스로 입증을 해야 합니다.

가해자와 알던 사이였거나, 도움 요청이 없었다거나, 사건 직후에 곧바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불리해지는 구조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UN에서 지적했던 바로 그대로인 것이군요.

[기자]

반면에 그외 다른 나라들은 '피해자 저항하기가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현저히 불능'과 '곤란한 상태'라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단호한 거절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강간죄가 성립된 판례가 다수 있습니다.

[앵커]

법 조항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법원이 이것을 어떤 기준으로 해석을 하고 판단을 내리느냐, 여기서 큰 차이가 생기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주요국들도 처음부터 이렇게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경우에 애초에 강간죄 성립 요건이 우리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강간죄 개혁운동이 일었습니다.

이 때 바뀌었습니다.

독일도 비슷한 시기에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앵커]

70년대 이미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이 된 거네요.

[기자]

네, 한국은 1953년에 형법에 '정조에 관한 죄'라는 게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성범죄를 여성의 '정조'와 '순결' 차원에서만 바라봤던 겁니다.

이 항목은 1995년에 '강간과 추행의 죄'로 표현이 바뀌었습니다.

이때부터 성범죄를 여성 스스로의 결정권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법의 문구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실제 수사와 법원 판결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미투 운동'과 함께 바꿔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거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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