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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안경 쓴 여자…'

입력 2018-02-26 21:43 수정 2018-02-2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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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슈퍼맨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안경을 쓰지만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빙판을 지배한다."
- USA 투데이

과연 그는 빙판의 지배자다웠습니다.

다갈색 안경 너머 매서운 눈빛으로 좌중을 압도했고 이른바 '김은정 안경'은 컬링 인기에 힘입어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하지요.

그런데 누군가는 그의 안경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읽어내기도 했습니다.

"안경만 써도 눈치를 줍니다."

단지 안경을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한 여성의 지적 이후에 공감하는 댓글이 수없이 공유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것입니다.

안경을 쓰면 취업이 쉽지 않았으며 심지어 눈병이 생겨도 안경을 쓰지 못했다는 여성들의 경험담은 쏟아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전에는 안경 쓴 여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뉴스가 되었던 시대에…우리는 살고 있었습니다.

"안경 해방"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동계올림픽 영웅 김은정 선수가 던져놓은 또 하나의 화두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오늘로부터 꼭 한 달 전인 1월 26일.

참고 참으며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던 시간들을 지나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던 서지현 검사.

그로부터 사흘 뒤에, 그는 바로 이 자리에서 아마도 그 뒤로 벌어질 미투 운동을 예상하지 못한 채 왜 자신에게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가를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괴로움이 컸습니다"

그날 이후에 불과 한 달 사이에 세상은 이만큼 진보한 것일까…아니면 아직 제자리일까…

8년간 검사 서지현을 두렵게 만들었던 것,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을 두렵게 하고 있는 것…

그것은 '지도' 혹은 '격려'…심지어 누군가는 '관습' 이라 말했던 행위들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피해자를 오히려 사지로 몰아넣고는 했던 품성론과 음모론까지…

그 행위들은 권력이라는 우산 밑으로 자연스레 은폐되었고 피해자들이 은폐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 자신부터 무너지고 더 큰 상처를 각오해야 했던 시간들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는 것은 아닐까…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빙판을 지배한다."

그 장면이 아름답게 보이는 만큼 우리의 세상은 이만큼 진보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 제자리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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