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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료인 거점법관으로부터 사찰…판사들 처참함 느껴"

입력 2018-01-24 20:51 수정 2018-01-25 02:35

'당시 판사로 재직' 윤나리 변호사
"핵심 판사, 그 주변판사로 21명 분류된 명단 또 있어"
"대법관 집단 입장표명 전, 사과와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상세 설명 있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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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판사로 재직' 윤나리 변호사
"핵심 판사, 그 주변판사로 21명 분류된 명단 또 있어"
"대법관 집단 입장표명 전, 사과와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상세 설명 있었어야"

■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손석희

[앵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적색, 청색, 흑색 세가지 색깔로 분류한 추천 문건을 비밀리에 만들고 심지어 댓글까지 모은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을 판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판사들에 대한 이른바 뒷조사 보고서가 만들어진 그 시점에 판사로 재직했던 변호사 한 분이 지금 제 옆에 나와 계십니다.

윤나리 변호사님, 어서오십시오.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반갑습니다.]
 
[앵커]
 
청색이셨더군요.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네.]
 
[앵커]
 
죄송하지만 윤나리 변호사님의 기록을 여기 이게 블랙리스트라고 명칭은 아닙니다마는 왜 청색으로 구분했나의 내용을 보니까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인 면은 있으나 선을 넘는 면은 아님', '선을 넘는 편은 아님', 그렇게 돼 있습니다. 보셨죠, 이거?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봤습니다.]
 
[앵커]
 
보셨을 때 기분이 어떠시던가요?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나쁜 평은 아니네?]
 
[앵커]
 
그 정도로요?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농담이고요. 사실 동료 법관들한테, 왕년에 동료 법관들한테 저는 사실 이 보고서를 직접 바로 볼 수 없었으니까요. 카톡을 엄청 많이 받았어요. '자유롭고 분방한 윤나리 판사님' 막 이러면서...]
 
[앵커]
 
일종의 동료 판사들 사이에서는 어떤 자조적인 분위기, 이런 게 있었다고 봐야 될까요, 그러면?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렇죠. 동료 판사님들은 그러니까, 저랑 동료 판사님들하고 생각은 좀 달랐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 정도 뒷조사 파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을 했거든요.]
 
[앵커]
 
그렇군요.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제가 그중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런데 이제 다른 일반 동료 판사님들은 판사들은 전혀 그런 예상까지는 못했죠. 그래서 완전 충격...]
 
[앵커]
 
그런데 시청자분들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른바 적색, 청색, 흑색 이렇게 돼 있으면 '적색이 가장 위험인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습니까?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렇지 않습니다. 적색은 가장 포함돼야 될 인물.]
 
[앵커]
 
그 위원회나 이런 데?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 위원회에 가장 포함되어야지 위원회가 뭔가 민주적으로 구성 돼 있는 것 같이 외관이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행정처에 크게 어긋나지 않은 분위기로 갈 수 있는, 거기에 제일 포함돼야 될 판사가 적색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 단계 판사가 이 판사들도 포함돼도 괜찮다.]
 
[앵커]
 
청색.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청색, 저는 청색이죠.]
 
[앵커]
 
윤 변호사님.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리고 검은색은 '이 판사들도 무난하다.' 그게 한 60명 정도였어요.]
 
[앵커]
 
그런가요? 그러면 굳이 이걸 적색, 청색, 흑색 중에 따지자면 청색인 분들이 제일 좀...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무난한가요?]
 
[앵커]
 
아니, 그 반대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변절할 수 있는, 쉽게...]
 
[앵커]
 
좀 미묘하기는 합니다. 이걸 이렇게 정해 놓고 실제로 그것이 적용됐었다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으십니까?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이 리스트는 행정 위원회라는 판사들이 너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너무 수직관계랑 사법관료가 심해지니까 그것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든 거예요. 그래서 이 리스트는 그 위원회에 들어갈 때, 그 판사들을 어떤 판사들이 들어가야 겉으로는 민주적으로 보이면서 실제로는 본인들 그거에 맞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위해서 만든 리스트고요. 그래서 이 리스트가 이제 실제로 적용됐는지는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거 말고 또 다른 문건들이 있어요, 뒷조사 문건들이...]
 
[앵커]
 
뭡니까, 그건?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핵심판사'. 그러니까 핵심적으로 본인들에게 대항하는 판사와 그 핵심의 주변에 있는 판사 그 21명을 분류한...]
 
[앵커]
 
그렇군요.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 문건이 따로 있어요. 그 문건에 대해서는 실행됐다는 소문이 좀 있었죠.]
 
[앵커]
 
그런데 대상은 21명이라면 그렇게 많지는 않은 상황인데...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많지 않지만 그분들이 이제 좀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단체에서 특히 사실 인권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법제도거든요. 그런데 사법제도가 우리나라가 점점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신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그래서 거기에서 핵심적으로 연구활동을 많이 하신 분들이죠. 그런데 그분들에 대해서 중요한 인사보직. 그러니까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심. 지금 온갖 재판들이 다 형사 거기서 다 되고 있잖아요. 거기에 '그분들을 배제했다', 거기 그 재판부에...]
 
[앵커]
 
이 사람들은 들어가서는 안 된다?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들어갈 수 없었다는 소문들이 돌았어요.]
 
[앵커]
 
그런가요? 그게 언제 일입니까?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 말은, 그 전부터 계속 있었고 제가 중앙법원에 있었을 때는 2016년이니까...계속 그런 말이 있었죠.]
 
[앵커]
 
그렇다면 저희가 어제도 보도해 드렸습니다마는 사법부야말로 결국은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대야 될 곳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곳이 그렇게 지금 말씀하신 것만 봐도 이른바 적색, 청색, 흑색으로 나누기도 하고 또 핵심이냐, 아니냐. 그러니까 핵심적으로 '이 사람들은 빼야 될 사람들이냐 아니냐' 이렇게 굉장히 거미줄처럼 블랙리스트라는 말 자체를 안 썼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런 것들이 사법부를 지배하고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 판사 출신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저는 법원에 있을 때 그런 게 느껴졌어요. 이미 판사들이 자조적으로는 알고 있었어요. 다만 판사들이 몰랐던 것은 이렇게 치밀하게 촘촘하게 실제 '거점법관'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문건에 '거점법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요. 각 법원에서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판사들의 소문을 파악하는 법관, '거점법관'이라는 표현이 나오거든요. 그 '거점법관'들이 주로 행정처나 기획법관 출신들인데 그분들이 저에 대한 평가도 사실 되게 비교적 정확하다고 다른 동료들이 그러거든요. 그러면 결국에는 제 주변에 있는 가까이 있는, 저랑 가까이했던 누군가가 그걸 다 보고를 해서 올렸다는 거예요.]
 
[앵커]
 
그렇겠죠.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것에 대해서 판사들이 몰랐던 거죠. 그게 경악스럽고 수치스럽고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그런 사찰이나 당하는 판사들, 그리고 실제로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잖아요. 자기 입맛에 맞는 판사들만...]
 
[앵커]
 
당연히 그렇죠.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크리티컬한 정치적으로 문제되는 되게 예민한 사건에 뭔가 넣는다. '입김이 통할 것 같은 판사들을 넣는다', 이런 의혹을 상당히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그런데 이제 판사들이 그런 것을 그 전까지는 그냥 소문으로, 술자리에서 얘기했지만 이 보고서가 드러나면서 '이게 사실이었어?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이런 짓까지 했단 말이야, 같은 판사가?' 판사들은 사실 외부랑 접촉을 거의 못해요.]
 
[앵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그래서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나 신망이 굉장히 높거든요. 그래서 서로 되게 존중해요. 그런데 그 동료들이 '나에 대해서 이렇게 사찰을 하고 평가를 해서 상부에 보고를 했구나.' 그 처참함은 설명하기가 힘들죠.]
 
[앵커]
 
어제 대법관 13명이 우병우 전 수석이 요구해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서 결국은 그 의도대로 결과가 나왔다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부정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오늘 굉장히 말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그 부분은?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일단 대법관들 입장은 이해를 해요. 굉장히 중요한 거고 재판에 대한 불신에 대한 그거니까. 빨리 지나야 되겠다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 정서랑 너무 동떨어지죠. 일단 본인들의 자존심이나 본인들의 재판의 공정성. '나는 공정하게 재판하는 사람이다', 이거에 대한 변명을 하기 이전에 국민들에 대한 사과가 먼저 있었어야죠. 그리고 또한 판사들은 재판할 때 항상 증거를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주장만 할 것이 아니고,'우리가 그런 전원합의체가 그런 식으로 가지 않았고 우리가 공정하게 갔다'하면 특히 저는 그 우병우, 원세훈 재판에서 제일 중요한 게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과정을 밝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정말 몇몇 내부자밖에는 몰라요.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을 먼저 하셨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그 '우병우가 원해서 시나리오대로 된 것이 아니고 통상적인 법원의 절차에 따라서 된 것이다, 양해해 주기 바란다' 이런 식으로 가야 되는거 아닐까요? 그랬으면 저는 국민들이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납득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일 중요한 두 가지가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앵커]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판사 하면 그냥 법조문 그대로 어찌 보면 깝깝하게 판결 내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일부에서 가질 수 있는데 차라리 그것이 낫겠다라는 생각도 이번 일을 거치면서 갖게 됐습니다. 어떤 뜻인지는 아실 수 있을 것 같고요. 더 말씀 나누고 싶은데, 시간은 제약이 돼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윤나리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윤나리/변호사 (전 판사)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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