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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런던, 그리고 서울…두 도시 이야기'

입력 2018-01-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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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그리고 레인코트를 입은 신사. 

흔히들 떠올리는 런던의 풍경은 다들 마찬가지가 아닐까.

작가 코난 도일의 표현처럼 "마치 우유를 쏟아 부은 것 같은" 런던의 안개는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기도 했습니다.

그림뿐 아니라 영화로도 많이 다뤄졌을 정도니까요.

1952년 12월 5일. 그날 역시 런던의 안개는 짙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두터운 안개가 사람들의 일상을 휘감았지요.

그러나 그날의 안개는 안개가 아닌 스모그.

닷새 동안 도시를 뒤덮었던 그 스모그는 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1866년 콜레라보다 나쁘다
안개 후의 죽음

12월 첫주 945명이었던 사망자는
다음 한주간 2484명까지 증가"
 -맨체스터 가디언

산업혁명 이후 석탄으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 사례가 많았지만 '경제가 먼저'라는 목소리에 문제를 뒷전으로 미룬 결과였지요.

당시 영국 정부는 마스크 300만 개를 배포했을 뿐 손을 놓고 있었고 결국 스모그라는 소리 없는 살인 무기는 사람이 초래해서 사람을 죽인 비극적인 역사의 산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도시…

우리가 누려왔던 서울의 하늘은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쨍할 듯 차갑게 부서지는 공기와 손에 잡힐 듯 선명한 겨울 산의 풍경.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의 하늘은 들숨 하나 날숨 하나에도 마음이 무거운 두려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운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그러나 그 시절은 봄이면 날아드는 황사가 걱정스러웠을 뿐…

호흡기 질환은 물론, 암까지 유발한다는 이 독성 물질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뻥 뚫린 대책 끝에… 맞이한 오늘의 하늘. 
 
지금 우리의 현실은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를 걸러준다는 공기청정기까지 들여다 놔야 그제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 세상… 
 
그러나 누군가는 공기청정기는커녕 마스크를 쓰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아 마시는 공기조차 계급이 되는 세상…

우유를 쏟아 부은 것 같았다던 런던의 아름다움…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눈, 비가 쏟아진 후에야 만날 수 있는 그나마 보통 수준의 공기가 며칠 동안 우리의 호흡을 허락한다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을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잊는 것이 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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