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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방치된 수백척 '썰물 유령선'…어민들 피해

입력 2018-01-10 22:01 수정 2018-01-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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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0일) 밀착카메라는 평상시에는 바닷물에 잠겨있다가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유령선'을 찾아갔습니다. 고장나고 낡아서 사실상 고물 배로 전락한 장기 방치 선박이 전국에 수백 척입니다. 주인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담당 기관들도 개입을 꺼려해서 다른 어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어선 수백 척이 정박 중인 인천 연안부두입니다.

본격적으로 고기잡이에 나서는 2월 중순 전까지는 대부분의 선박이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다른 배들과 비교해 확연히 낡은 어선 몇 척이 여기저기서 눈에 띕니다.

절반 넘게 물에 잠겨있다가 썰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배도 있습니다.

부둣가 한쪽에 묶여있는 한 어선입니다.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는지는 불분명한데요. 이 배 아래쪽은 주변 배들과 다르게 뭐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손을 뻗어서 떼어내면 오래된 석회 껍질로 보이는데요.

이 배는 아래쪽뿐만 아니라 위쪽 부분도 오랫동안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 배가 마지막으로 입·출항한 건 4년 반 전인 2013년입니다.

이후 한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는데, 수리를 하려고 정박해놨다가 지난해 여름 침몰했습니다.

배에 있던 기름 수백 리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서 해경 배 3척과 대원 40여 명이 방제작업을 펼쳤지만, 이후에도 반년 넘게 버티고 있습니다.

장기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배는 또 있습니다.

[어민 : 많아요, 여기 있어요. (많아요?) 몇 척 있을 거예요.]

오랫동안 운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배 위에 올라와 봤습니다. 앞쪽에는 이렇게 각종 쓰레기와 쓰고 남은 어망이 있고요.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휴대용 가스버너인데요. LPG 가스통과 연결되어 있지만 별다른 안전 장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벽 쪽에는 달력이 하나 있는데요. 뒤집어서 보니까 2016년 11월까지만 날짜가 나와 있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공간 한가운데에 냉장고가 있는데, 열어보면 소주병과 망치가 보이고요. 이 작업 공간에서 선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 배와 함께 묶여있는 다른 배도 있는데, 나무도 심하게 갈라져 있고 배 안은 거대한 쓰레기장 같이 보이는데요. 바닥에는 죽은 조개나 생선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어업 기간 중에는 매일같이 배를 빼고 세워야 하는 어민들에게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장애물입니다.

해경이 출동 시에 타야 하는 해양구조선도 어선들과 함께 묶여있는데, 지난달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처럼 출발을 늦출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어민 : 배 관리가 안 되니까 다른 배를 옆에 붙이고 그러면 불편한 건 사실이죠. 움직이지 않는 배가 여기 계류장만 차지하고 있으면 불편하죠.]

사실상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배들은 물 밖으로까지 피해를 줍니다.

부둣가에는 바지선에서 떨어져나온 크레인을 포함해 각종 장비가 흩어져 있지만, 철거하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도 소용이 없습니다.

부둣가 뒤쪽에 있는 일반 도로입니다. 양옆으로 각종 어업용 장비들이 쌓여있는데요. 가장 흔하게 보이는 건 통발이라고 부르는 이런 어망들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요. 사람 키만 한 배 부품이 있는데 흔히들 딱지라고 부르는 이 계고장을 보니까 2017년 12월 28일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안내가 붙어있지만,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년 넘게 운항 기록 없이 서 있는 이른바 장기계류 선박은 이곳에만 35척, 이 중에서도 훼손이 심각한 장기방치 선박은 4척입니다.

전국적으로는 해마다 200척 넘는 장기방치선박이 새롭게 등장하지만 철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현행법에 따라 배 주인이 철거해야 하지만, 소유자를 찾기 어려운 데다 지역별로 지방해양수산청, 항만공사, 해양경찰 등 여러 기관이 맞물려 책임을 미루기 때문입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에는 독촉을 하고, 해경 같은 곳에 고발 조치도 하고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직권으로 제거하겠다고 통지합니다.]

사용 선박이 가득 차 신규 선박 사용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입니다.

결국 관련 기관들이 손 놓고 있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

※ 인천해양경찰서(이하 해경) 홍보실은 오늘(11일), 어제(10일) 보도내용 중 '해경이 출동 시에 타야하는 해양구조선도 어선들과 함께 묶여 있는데, 지난 달 발생한 낚싯배 전복사고처럼 출발을 늦출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문장과 관련해, "해경 소속 구조정은 전용부두에 단독 계류되어 있으며, 영상에 나온 해양조사선은 해경 측 선박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지난번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 이후 대응과정에서 드러났던 부족한 시설과 장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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