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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슈] 日의 공격적인 투자, 어려움 겪는 KBO 리그

입력 2017-12-1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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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를 떠나 일본 한신에 둥지를 튼 윌린 로사리오. 역대급 외국인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화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화끈하게 투자한 한신의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IS 포토


일본의 역습이 시작됐다.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각 구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이 예전과 다른 전략으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완료하는 중이다. 그간 좀처럼 돈을 쓰지 않는 기조가 강했다. 다년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첫해 연봉을 낮게 책정한 뒤 리그에 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면 다음 시즌부터 금액을 올려 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리스 세든이다. KBO 리그 다승왕 출신인 세든은 2013년 겨울에 일본의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와 계약했지만, 연봉은 5000만 엔(약 4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거물급 외인에겐 확실한 연봉을 보장해 주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심스러운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일본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한신과 계약한 윌린 로사리오는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16년 한화에 입단해 2년간 KBO 리그에서 뛴 로사리오는 연평균 35홈런을 때려 낸 거포. 하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한화가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일본이 워낙 거액의 몸값을 부르는 바람에 구체적인 협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로사리오의 연봉을 400만 달러(약 43억6000만원·총액 800만 달러)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신의 외국인 선수 중 1년 차 연봉 역대 최고 금액. 앞서 1997년에 마이크 그린웰이 받은 3억5000만 엔(약 34억원)이 최고 연봉이었지만 로사리오의 연봉은 엔화로 4억 엔에 가깝다. 지난해 한화에서 받은 연봉 15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거액이다. 이른바 '쩐의 경쟁'에서 KBO 리그 팀들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보장 받으면서 일본으로 리그를 옮긴 마이클 톤킨.

이번 오프시즌 동안에 일본 구단들은 여러 가지 계약을 터뜨렸다. 이 중 지난 11월에 니혼햄이 영입한 마이클 톤킨(전 미네소타)의 계약을 주목해 볼 만하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0라운드 지명을 받고 미네소타의 유니폼을 입은 톤킨은 2013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올 시즌에는 16경기에 불펜 투수로 나와 1패 평균자책점 5.14를 기록한 게 전부. 통산(5년) 성적은 3승3패 평균자책점 4.43이다. 마이너리그에선 통산(9년) 26승26패 65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할 정도로 잔뼈가 굵다. 키가 201cm로 크기 때문에 타자가 공략하기 어려운 유형이다. 하지만 'A급' 자원이라고 하긴 힘든 선수다.

미국 지역 일간지 파이오니어 프레스의 마이크 버라디노 기자는 '마무리 투수를 맡을 거다'고 예상했다. 선발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 총액이 낮을 수 있었지만, 니혼햄은 2년 총액 210만 달러(약 22억9000만원)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을 깬 고액이었다.

외국인 선수 시장은 작다. 아시아 야구에 눈을 돌린 선수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의 동시 경합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8일 SK와 계약한 앙헬 산체스도 일본에서 최소 2개 팀이 관심을 보였다. 몇 년 동안 산체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투자'가 없었다면 영입을 장담하기 쉽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주목받는 투수 앤서니 배스(전 텍사스)도 일본에서 최소 3개 팀 이상이 주목 중이다. 고액 연봉과 안정적인 계약 조건을 원하는 선수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게 국내 구단 입장에선 쉽지 않다. 그 빈틈을 파고들면서 일본 구단은 거액의 연봉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 연봉의 4배 가까운 금액을 보장 받은 니혼햄의 새 외국인 타자 오스왈도 아르시아.

지난 16일에 니혼햄과 계약한 외야수 오스왈도 아르시아(전 애리조나)는 아시아리그 진출이 높지 않았던 선수다. 국내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외국인 타자 시장에 아르시아도 있다. 하지만 동생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아시아리그에 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오스왈도 아르시아의 세 살 아래 동생이 밀워키의 유격수 올란도 아르시아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렸지만 결국 일본 구단은 영입에 성공했다.

미국 팬래그스포츠 존 헤이먼은 아르시아가 연봉 170만 달러에 30만 달러 인센티브가 추가된 연봉 200만 달러(약 21억8000만원)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받은 연봉의 대략 4배 안팎이다. 아르시아는 2016년 연봉으로 53만5000달러(약 5억8000만원)를 받았고, 2017년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수 수급이 쉽지 않자 일본이 돈 가방을 푸는 중이다. 가뜩이나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일본 구단까지 신경 쓰게 됐다. 같은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다년 계약이나 인센티브, 선수 옵션을 들고나오는 일본 구단을 견제하는 게 쉽지 않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일본에서 공격적으로 나온다. 까다로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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