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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황제펭귄의 허들링…어머니의 품'

입력 2017-11-23 21:51 수정 2017-11-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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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시속 100km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남극. 혹한의 추위 속에서 황제펭귄들은 어린 새끼와 알을 지켜냅니다.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고 한 덩어리가 되어서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합니다.

그들은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의 방식으로 참혹한 추위를 함께 견뎌냅니다.

포항시 흥해체육관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젊은 부부는 어제 오전에 건강한 딸아이를 얻었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지진을 만났던 가족. 갑작스러운 대피소 생활은 힘들었지만 이웃들은 가장 따뜻한 자리를 양보했고 필요한 물품을 앞다투어 챙겨주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인근 병원에서는 서둘러 입원실을 내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아이는 무사히 세상과 만나게 되었지요.

"이 몸으로 어떻게 시집을 가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한평생 가족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 앞에 돌아온 말은 '불가역'

되돌이켜 아픔을 얘기하지 말라는 그 말.

그러나 할머니는 오히려 세상을 향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은 일본의 지진 피해자에게도, 또한 포항의 피해자들에게도 닿았습니다.

"못 가봐서 미안합니다"

생활지원금을 아끼고 아껴서 만든 1000만 원을 포항을 위해 기부한 할머니…

열네 살, 한순간의 무너짐을 경험했던 소녀는 어느새 모두의 어머니가 되어 너른 품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따뜻했던 이웃들과 그 옛날 참혹한 자아의 해체를 겪어내고 결국은 가족을 만들지 않았던 올해 아흔한 살의 소녀…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펭귄의 세계에서만 가능할 것만 같은 허들링…

그 안에서 태어난 순둥이에게 오늘(23일)의 앵커브리핑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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