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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포항 수험생들, 여진 공포 속 '고난의 1주일'

입력 2017-11-22 21:53 수정 2017-11-2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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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진 피해로 연기된 수능 시험이 이제 12시간 뒤면 치러집니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마찬가지였겠지만 특히 포항지역 수험생들은 계속되는 여진 공포에, 대피소 생활에, 혼란스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진에 놀란 학생들이 뛰쳐나오는 순간, 건물 입구 외벽이 쩍쩍 갈라집니다.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린 또 다른 학교는 교정 화단에 벽돌 잔해가 가득합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수능을 하루 앞두고 수험생 예비 소집 교육이 한창이었습니다.

[이채영/수험생 : 강당에 2층에서 건물이 다 떨어져가지고 급하게 밖으로 대피했었어요.]

[이나영/수험생 : 예비소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당이 흔들리면서 전부 다 소리 지르고 울고…]

[한태양/수험생 : '콰콰쾅'이러면서 흔들려서 엄청 놀랐죠. 다 뛰쳐나왔죠.]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포항 고등학교 입니다.

당초 수험생 560여 명이 이곳에서 수능 시험을 치르기로 예정돼 있었는데요.

정부의 두차례 정밀 점검에서 구조적인 위험은 없다고 결론이 났지만, 진앙지에서 가까워 수험생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고사장에서는 제외됐습니다.

포항지역 수능 고사장 전체 14곳 중 지진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한 학교 4곳은 남부지역으로 고사장이 변경됐습니다.

4개 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칠 예정이던 수험생은 2000여 명. 포항 지역 전체 수험생의 1/3이 새로운 곳에서 시험을 봐야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지진 이후 어수선한 대피소 생활을 하며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살던 집이나 교실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입니다.

지진 발생 이틀 뒤 관련 기관에서 파악한 피해 수험생은 85명에 달합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 : 일단 숙소가 안 되고 공간이 없는 학생이 7명, 여건이 안 돼서 공부할 공간이 없는 학생이 78명. 도서관 개방시간을 연장해서 전용 학습실을 마련…]

포항시가 지역 숙박업소나 기업체와 연계해 숙식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에게 숙소를 제공하면서 지난 주말부터는 형편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곳은 포항 시내의 한 대형 숙박업소입니다. 양쪽 복도를 따라 수험생 14명의 가족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는데요. 이재민 대피소 생활을 하는 수험생들을 위해서 아예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며칠을 낯선 환경에서 여진의 공포와 싸워가며 지냈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손문주/수험생 : 못 챙겨 나온 것들 집에도 아직 남아있어요. (붕괴 우려로) 폴리스 라인 쳐놓았다고 해서 못 들어가는 상황이에요. 구호물품 상자를 책상으로 쓰면서 주변환경도 익숙하지 않고 여진 언제 날지도 모르고 불안해서…]

공부할 곳이 없어진 수험생들을 위해 포항 지역 공공도서관 6곳도 수험생 전용 학습실을 마련해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수능 연기 결정 직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에 쏟아진 비난 글들은 아직도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소은/수험생 : (지진) 피해는 저희가 낸 게 아니라 저희가 입은 건데, 거기에 대해서 욕을 하시는 댓글을 보고 좀 속상했어요.]

[김준현/수험생 : '너희들 때문에 수능 일주일 연기됐지 않냐'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댓글 다는 걸 보면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기분이 많이 상하죠.]

지난 10일, 당시 수능을 앞두고 포항에 온 울릉도 수험생 34명은 예상치 못한 지진 피해로 2주째 군부대 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김지환/울릉도 수험생 : (수능이) 연기된 상태에서 1주일치 옷을 가져왔는데, 옷들을 세탁하고 그런 과정이 많이 불편했었어요.]

포항 지역 올해 수능 응시생은 6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1%를 차지합니다.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마지막 일주일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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