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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정원 특활비가 통치자금? 판례 보니…

입력 2017-11-06 21:45 수정 2017-11-2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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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랏돈을 통치자가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검찰이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하며 불가피하게 쓴 돈, 문제 삼을 수 없는 초법적 영역… '통치자금'이라는 네 글자에는 이런 인식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통치자금'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팩트체크에서 사례와 판례를 중심으로 확인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사전에도 없는 말이죠?

[기자]

국어사전과 정치용어 사전, 법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쓰도록 보장된 돈은 국회 승인을 받은 청와대 예산뿐입니다.

[앵커]

하지만 '통치자금'이라는 표현을 이재만 전 비서관이 썼고, 언론에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자]

물론 '통치행위'라는 개념이 정리된 적은 있습니다.

일반적인 국정 운영 외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영역을 보장하는 겁니다. 이를 사법 심사에서 예외로 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통치자금'은 다릅니다. 근거 없이 대통령이 돈을 쓰도록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바로 그 예입니다. 당시 법원은 '통치자금'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들은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수천억 원을 "정당운영, 선거지원을 위해 통치자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때에도 대통령이 받은 돈은 '통치자금'이라는 주장이 나왔었군요?

[기자]

1995년 언론 보도 중 하나입니다. "면책을 노린 신조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통치자금'을 신조어로 봤습니다.

그리고 그 성격에 대해 "대의민주체제에서 이런 용어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는 정치, 행정 분야 전문가의 분석을 실었습니다.

이같은 분석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경재/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통치자금이라는 것은 법률 용어도 아니고요. 통치행위라는 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헌법이나 법률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거지. 그것을 개인의 쌈짓돈 쓰듯이 마음대로 운용을 한 것까지 법이 허용한 것은 아니니까요.]

[앵커]

그렇군요. 1995년 사건은 결국 '뇌물'로 결론이 났었죠?

[기자]

네. 당시 법원은 뇌물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정치자금 내지 통치자금…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도저히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이 정한대로 국회 승인을 받은 예산만을 국정에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당시에는 청와대가 사기업에서 자금을 받았던 것이고, 이번엔 청와대가 국가기관인 국정원에서 받았다는 의혹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에서도 통치자금을 주장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프랑스, 독일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통치자금'이라는 개념은 역시나 존재하지 않았고, 정보기관의 예산을 국가 지도자가 유용해 논란이 된 사례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들 나라에선 정보기관 예산에 대해 기밀은 철저히 보호하되, 그 외에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CIA 같은 기관이 목적과 금액을 적은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고, 상하원 8개 위원회 등이 세부 자료를 통해 심사와 조정을 합니다.

프랑스는 기밀은 보호하되, 인건비, 운영비 등의 일반 예산은 공개합니다. 독일은 '기밀위원회'를 의회에 따로 두어 기밀만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앵커]

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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