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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치 투쟁' 나선 박근혜…보수통합 '숨 고르기'

입력 2017-10-17 19:46 수정 2017-10-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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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6일)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작심 발언. 그 정치적인 파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오늘 정치권에서 하루종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프레임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는데, 야당 발제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의 정치적 함의를 분석해보고, 그 후폭풍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지난 5월 23일)

[끝에서 두 번째]

네, "끝에서 두 번째…" 지난 5개월간 재판을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들려준 육성은 사실상 이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5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그야말로 '말 폭탄'을 투하했죠. 약 900자 분량으로 직접 쓴 원고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공판에 앞서 변호인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 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법리 투쟁이 아니라 정치 투쟁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차근차근 분석을 해보죠. 어제 법정에서 했던 작심 발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툴이 필요할 텐데, 한 10년 전쯤에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툴을 하나 제시한 게 있습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2007년 12월 15일) : 인생이 그 딱 하나라면 그 반은 습관과 가치관과 이것을 만드는 데 보내고, 그 나머지 반 인생은 자기가 만든 가치관과 습관대로 살 수밖에 없다. 그런 얘기가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자, 습관과 가치관이 자신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박근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보면 현재의 박근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좋습니다. 이 방법을 따라서 분석을 해보죠. 과거의 박근혜가 현재의 박근혜에게. 자, 우선 첫 번째 핵심 주장부터 보겠습니다.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좋겠다."##

자, '2017년의 박근혜'는 스스로를 정치보복의 희생자로 규정했습니다. 말하자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인데, '2014년의 박근혜'에게서 비슷한 양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2014년 5월 19일) :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 예상치 못한 반전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 이것이 정치인 박근혜가 위기 때마다 찾은 전략이었습니다. 2014년의 박근혜가 세월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던졌던 해경 해체 승부수. 그러나 국론 분열과 갈등만 심화되고 말았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의 박근혜가 꺼내든 '정치 보복' 프레임은 여야의 극심한 갈등만 초래했습니다. 오늘 법사위 국감 장면을 보시죠.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전직 대통령이셨는데 법정에서 향후 모든 걸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 이런 표현들이 과연 이것이 법치주의 부인이 아니라 뭐라 볼 수 있겠습니까.]

[김진태/자유한국당 의원 : 직접 이 기관과 상관없는 이런 질문은 정말 자제해주시기를 위원장님께 촉구 드립니다.]

[이춘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위험한 발언이에요]

[권성동/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무슨 위험한 발언입니까?]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미리 지금 예? 입을 막게 하는 거 아닙니까 결국. 위원장도 지금. 위원장도 마찬가지로…(하하하) 가만히있어요 좀! (정회해요. 정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김진태/자유한국당 의원 : 어디다 삿대질이야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법사위원장이면 법사위원장답게 하라고! 예?!)]

[권성동/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나오지 마세요 그러면.]

자, 그럼 두 번째 핵심 주장을 보죠.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재판부를 부정하는 발언이죠. 실제로 어제 변호인단은 전원 사퇴를 했고,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재판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자, 이 장면은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1심 재판 때와 거의 판박이입니다. 당시에도 재판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면서 변호인단이 집단 사임했던 일이 있었죠.

'2016년의 박근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불응하면서 사법부를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죠. 이런 일련의 행위가 탄핵의 한 사유로 지적되기도 했죠.

[이정미/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3월 10일) :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시와 거의 유사한 전략을 다시 꺼내든 건, 또 다시 지지층을 향해서 "결집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봐야할 겁니다. 실제로 이번 주말부터 대규모 친박 집회가 예고돼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 투쟁에 나서면서, 보수통합의 선결 조건인 출당 문제도 복잡해졌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지도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지울 것은 지워야 한다"면서 출당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보수층에서 박근혜 동정론이 확산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됩니다.

바른정당 통합파도 일단 여론을 살피기 위해, 11월 초까지는 통합 논의를 잠정 미루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이른바 '옥중 정치'에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면서 떠올려본 음악입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증오는 나의 힘 배신하지 않을
나의 아군 나의 주인 나의 힘

네, 김윤아의 '증오는 나의 힘'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작심 발언. 재판부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신을 탄핵한 정치 세력에 대한 증오가 뒤섞여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사실 걱정되는 대목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증오가 정치적인 힘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증오가 국민들을 또다시 분열의 늪에 빠뜨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야당 기사 제목은 < '정치 투쟁' 선회한 박근혜 … 보수통합 숨고르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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