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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밤만 되면 무단주차…차고지 증명제 '비상등'

입력 2017-10-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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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밤마다 주택가 도로변에 대형 화물차들이 불법으로 주차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지요. 등록한 차고지가 따로 있지만 거주지 근처에 그냥 주차한 겁니다. 등록할만한 차고지가 부족하다보니까 브로커들도 활개 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어두운 도로 양 옆으로 대형 화물차들이 한 차선씩 점령했습니다.

주정차 상시 단속구역이라는 현수막이 무색합니다.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도 크레인 차량이 버티고 있어 버스는 2차로에 잠시 멈췄다 떠납니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원의 한 도로입니다. 일방통행 도로를 따라 이 영업용 화물차량이 줄줄이 서 있는데요. 이 아래를 보면 화물차 바퀴가 도로까지 완전히 튀어나와 있어 이를 지나는 차량은 천천히 이를 피해가야 합니다.

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니 어림잡아 2km 가까운 도로에 수 십대의 화물차가 갓길을 점령했습니다.

갓길을 넘어 도로 일부를 차지한 차량은 쉽게 눈에 띄고 사이를 지나는 행인들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운전자 : 위험하죠. 사람이 지나가니 혹시나 좀… 우범지역이고 또 어둡고요.]

단속을 피해 외진 곳에 주차하다 보니 어두운 곳에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에서 불법 주차한 화물차를 들이받은 일가족 네 명이 사망하는 등 한해 불법주차 차량이 연관된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항변합니다.

[화물차 기사 : 다른 데 주차장이 없어가지고 전부 다 길에다 대요. 실제로 주차장이 없다고 화물차들이. 없는 걸 꼭 우리한테…]

구청에서 도리어 불법 주차 할 곳을 추천해줬다고도 합니다.

[화물차 기사 : 구청에 전화했더니 이쪽에서 대라고 했대요, 구청에서.]

경기도의 경우 등록된 대형차량은 4만 대가 넘지만 화물전용 주차장은 43곳, 8400여 대만 이용 가능합니다.

수원에 있는 유일한 화물차 공영 주차장입니다. 총 230대를 댈 수 있지만 이렇게 밤이 되면 완전히 만차가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바로 앞에 불법주차를 한 차량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달 주차비가 10만 원이 넘지만 주차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공영주차장 관계자 : 이제 2016년도 9월달(에 신청한 사람)이 들어가니까…정기권 태그가 들어오질 않아요. 다른 데 일을 1년 치를 가도 돈을 다 내고 가요. 왜냐하면 다시 왔을 때 주차장이 없으니까.]

영업용 대형 화물차는 '차고지 증명제'에 따라 1년마다 주차 공간을 확보해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주거지 근처에서는 찾기 어렵다보니, 외딴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화물차 기사 : (차고지 근처엔) 대중교통이라 봐야 버스는 거의 없고요. 왔다 갔다 택시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범칙금을 내는 게 낫죠.]

이러다 보니 차고지 증명제는 브로커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됐습니다.

수수료를 받고 주소만 빌려주는 겁니다.

[화물차 기사 : 차고지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도 몰라. 끊어주니까. '차고지 증명 좀 끊어줘라' 하면 끊어주고. 1년에 24, 25만원 줘야 돼.]

화물차 차고지로 등록된 곳 중, 한 곳을 와봤습니다. 이렇게 넓은 땅에 화물차는 한 대도 찾아볼 수 없고요. 차량이 지나다닌 흔적도 없습니다.

2014년에 주차장으로 용도변경을 했다는 푯말이 있지만 차량 진입은 막혀 있고 입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습니다.

올해 부산에서는 축사와 임야 등에 차고지 등록을 해주고 기사들로부터 돈을 챙긴 브로커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대형 화물차들의 등록된 차고지 따로, 실제 주차 공간 따로인 운전자들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구·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인턴기자 : 전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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