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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비싼 기름값…공공기관 지정 주유소의 '함정'

입력 2017-09-28 21:51 수정 2017-09-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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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라고 쓰여 있고, 다른 주유소들에 비해 기름값이 유난히 비싼 주유소들이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아끼려고 시행하는 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종로의 한 도로입니다. 주유소 2개가 완전히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요. 이 중 한 곳의 휘발유 가격은 1890원. 상당히 비싼 가격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주유소를 보면요 휘발유가격이 1599원.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291원 차이가 나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9월 28일 현재 서울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입니다.

그런데도 2096원, 18400원을 받는 주유소는 쉽게 눈에 띕니다.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운전자가 옆 주유소로 옮기기도 합니다.

[운전자 :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가요. 저거 문제가 분명히 있어요. 속았어요. 완전.]

주변 주유소보다 비싼 주유소들을 찾아가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라는 점입니다.

서울 서초동입니다. 인근에 비해 기름값이 비싼 곳은 어김없이 공공기관 지정주유소라는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시내의 한 주유소는 2000원 대로 비싼 가격을 받지만 경찰차, 우체국 오토바이 등 공공기관 차량들이 계속해서 들어갑니다.

[우체국 오토바이 운전자 : (지정된 주유소에서만 넣어야 하나요?) 네. 지정된 주유소에만 (넣습니다).]

공공기관 주유소가 더 비싼 건 상당수의 운전자에게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법달/서울 역삼동 : 웬만한 자동차 타고 다니시는 분들은 다 알죠.]

[운전자 : 차이가 너무 나니까 (기름) 넣는 게요. 여기서 한 번 넣을 거 저기서 두 번 넣는 가격이니까요. ]

최근 JTBC에는 관련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기름값이 비싼 곳은 상당수가 공공기관 주유소다, 세금 낭비인지 취재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정부는 2012년 공공기관이 소비하는 기름을 한 회사와 계약해 거래하는 대신 가격 할인을 받는 '유류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정부 예산을 절감한다는 취지입니다.

2015년부터는 5.74% 할인을 받고 1.1% 적립을 받는 식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지정 주유소 기름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보니 할인이나 적립을 고려해도 일선 주유소에서 넣는 것보다 비싼 경우가 생깁니다.

[주유소 주인 : 가격이 싼 주유소들은 아예 (공공기관 주유소) 안 하려고 그래요. 왜 그러냐 하면 7, 80원씩 막 80원 이렇게 가격이 낮아지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남는 게 없으니까… 싸게 파는 집은 아예 안 하려고 해요.]

2015년부터 정부와 계약을 맺은 SK네트웍스는 기름 외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고 입지가 좋은 곳은 기름값도 비싸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강원도 춘천의 두 SK주유소는 남춘천역 앞에 있지만 지정 주유소의 휘발유는 리터당 1700원대지만 지정 주유소가 아닌 곳은 300원가량 저렴합니다.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자 지난해부터는 가격 차이가 날 경우 지정주유소가 아닌 곳에도 갈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지만 이를 따르는 공공기관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에 비해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는 리터당 평균 89원이 비쌉니다.

할인과 적립을 계산하면 공공기관은 평균 가격보다 26원이 낮게 공급받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용하는 시민들은 돈을 더 많이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에서 한 해 사용하는 기름은 1억 5000만 리터 정도입니다.

이를 좀 더 싸게 사기 위해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도 정부도 더 비싸게 사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석훈, 영상취재 : 변경태·김상현·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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