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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얼마나 찾았을까요"…울음바다 된 은화·다윤 이별식

입력 2017-09-25 11:40 수정 2017-09-25 11:40

"다른 미수습자 가족 도와달라"…박원순 "이제 고통에서 헤어나 함께 살아가길"

'이제는 따뜻하게'…은화·다윤이, 털실이불·곰인형과 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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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따뜻하게'…은화·다윤이, 털실이불·곰인형과 입관

"엄마를 얼마나 찾았을까요"…울음바다 된 은화·다윤 이별식


25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시청 앞에 검고 긴 장의차량과 뒤따르는 버스가 도착하자 기다리던 시민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에서 3년만에 유골이 수습된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가족들은 은화·다윤양의 영정을 들고 나와 서울도서관 앞에 마련된 탁자에 옮겨놓았다.

영정 속 은화·다윤양은 밝은 표정이었다. 탁자도 흰 국화 대신 붉은색과 분홍색, 흰색 장미와 흰 백합이 어우러진 꽃바구니로 장식돼 있었다.

그러나 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와 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서로를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은화양·다윤양의 '이별식'이라는 제목으로 이날 서울도서관 앞에서 가족과 시민 약 50명이 모여 소박하게 치른 노제(路祭)에서 박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러분들 덕분에 세월호를 인양해서 다윤이와 은화를 먼저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목포신항에서 떨고 있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유해를) 다 찾을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엄마를 얼마나 찾았을까요. 엄마를 얼마나 불렀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딸이 물속에서 보내야 했던 3년을 회상하고 "많은 국민이 함께 울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은화와 다윤이를 먼저 보내줄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은화양 아버지 조남성씨도 아직 신항에서 유해를 찾지 못한 다른 가족들이 뼈 한 점이라도 찾아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며 시민들의 도움과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이별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년6개월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은화·다윤양의 어머니·아버지·친척과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었다"며 "그래도 다윤이와 은화가 돌아왔고 어머님들이 원하시던 대로 예쁘게 보내드릴 수 있게 됐으니 이제 고통에서 헤어나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모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남은 기간 선체조사와 미수습자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은화·다윤양 가족은 이별식 직후 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며 영정이 놓인 탁자 뒤에서 앞으로 돌아나와 주저앉은 채 영정을 바라보다 다시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박 시장은 이들과 손을 맞잡고 껴안으며 위로했다.

시민들은 남은 미수습자들인 권재근·혁규 부자(父子)와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 단원고 학생 남현철·박영인군의 이름을 세 번씩 부르며 빠른 수습을 기원했다.

30여분간 짧은 이별식을 마친 뒤 가족들은 은화·다윤양의 영정을 다시 두 대의 장의차에 싣고 경기 안산 단원고로 떠났다.

두 사람의 유해는 단원고를 거쳐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이후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평택 서호 공원에 안치된다.

은화·다윤양의 유해는 앞서 이날 오전 5시3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관됐다.

보통 입관은 30분 동안 진행되지만, 은화·다윤양의 입관 때는 유골을 온전한 형태로 맞추는 작업이 함께 이뤄지다 보니 각각 1시간 30분가량이 걸렸다.

은화양의 관에는 이씨가 직접 털실로 뜨개질한 이불과 양말이, 다윤양 관에는 30㎝ 크기의 곰인형이 유해와 함께 넣어졌다고 입관을 지켜본 종교단체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머니 두 분 등 가족들이 입관 내내 오열했다"며 "꿋꿋하게 견디려고 했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전 8시 50분께 은화양의 오빠와 다윤양의 언니가 영정사진을 들고, 가족들이 관을 매 운구 차량으로 옮겼다.

밝게 웃는 은화양의 영정사진과 흰색·분홍색 꽃으로 장식된 관이 먼저 나오고 이씨 등 가족들이 굳은 표정으로 뒤따랐다. 이어 다윤양의 관이 운구 차량에 옮겨졌고 박씨는 관을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운구 차량에 관이 완전히 옮겨진 뒤 은화·다윤양 어머니와 아버지는 취재진 앞에 섰다. 이씨는 흐느끼며 "은하, 다윤이 데리고 이제 떠납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씨는 "아직 목포 신항에서 기다리는 가족이 있습니다. 5명이 다 찾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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