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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남매 김우진-장혜진의 동상동몽

입력 2017-09-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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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남매 김우진-장혜진의 동상동몽

"금메달 따겠다는 설레발치지 않으려고요.(웃음)"(김우진)
"당연히 목표는 금이죠. 작년 올림픽 이후 가장 큰 메이저 대회잖아요."(장혜진)


세계 양궁 왕중왕전 정상에 함께 오른 김우진(25·청주시청)과 장혜진(30·LH)이 세계양궁선수권대회(10월 15~22일·멕시코)를 준비하는 자세다.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 양궁대표팀 주장을 맡아 남자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고, 장혜진은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을 휩쓸며 2관왕을 차지했다. 나란히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지만 성격만큼은 180도 달랐다. 각오에서 나타나듯 나이답지 않게 차분한 막내 김우진은 '애어른'을 떠오르게 하는 반면 당찬 기운의 맏언니 장혜진은 마치 '여장부' 같았다.

이들은 성격은 달라도 호흡만큼은 세계를 제패할 만큼 '찰떡궁합'이었다. 김우진-장혜진조는 지난 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현대 양궁 월드컵 파이널대회 리커브 혼성 결승에서 개최국 이탈리아의 마우로 네스폴리-바네사 란디조를 5-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월드컵 파이널은 매년 월드컵 랭킹 1∼7위와 개최국 선수 1명 등 각각 8명의 남녀 선수들이 출전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을 가리는 대회다. 김우진은 개인전까지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국 남자 선수가 월드컵 파이널을 제패한 것은 2013년 오진혁에 이어 4년 만이다.

나란히 세계양궁연맹(WA) 남녀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태극 남매' 김우진과 장혜진을 지난 7일 서울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만났다.

양궁남매 김우진-장혜진의 동상동몽

- 올림픽 이후로도 각종 국제 대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장혜진(이하 장)= "확실히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나니 경기력 면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 자신감 덕분에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도 통과할 수 있었다."

김우진(이하 김)= "지난해 올림픽을 기점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2012 런던올림픽의 문턱에서 미끄러진 경험 탓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중압감과 부담감을 이겨 내고 내 힘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다. 리우 올림픽 이후부터는 훨씬 과감하게 활을 쏘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

- 국내 선발전 통과가 웬만한 국제 대회 우승보다 어려운 것 같다. 리우 올림픽 남자 2관왕 구본찬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승윤이 탈락했고, 여자는 '양궁 여제' 기보배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고3 때 처음 선수촌에 입촌해 지난 8년간 대표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을 간단히 말하면 '잘 쏘면 남고 못 쏘면 떠난다'는 것이다. 선발전은 살벌하다. 누구 하나도 만만하게 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가운데 저도 이를 악물고 했다."

= "올림픽 대표가 이듬해 선발전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다. 올림픽 금메달 자신감 덕분이다."

- 동료들이 갑자기 사라진 기분은 어떨까.

=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대표 선발전은 학연이나 지연 없이 자신의 실력으로만 겨뤄야 한다. 정으로 했다면 양궁 강국 한국은 없다. 물론 함께 시합에 나가고 운동하던 사람이 사라지면 마음이 좋지 않다. 나 역시 1년 정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경험이 있기에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 '언젠가 같이 시합에 나설 날이 다시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배웅한다."

= "예전에는 같이 지내던 친구가 선발전에서 떨어지면 울었다. 그런데 오랜 선수촌 생활로 지금은 좀 덤덤해진 것 같다. 여자팀 최고 연장자가 된 지금은 '지금 헤어진다고 다시 못 보는 거 아니잖아'라는 격려의 말을 해 줄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양궁남매 김우진-장혜진의 동상동몽

- 공교롭게 둘 다 대표팀에서 8년간 뛰었다. 이제는 선수촌이 안방처럼 편할 것 같다.

= "이제는 집보다 선수촌에서 잠을 더 편하게 잔다."

=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선수촌은 선추촌이다. 저는 그래도 집이 더 편하다.(웃음)"


-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나.

= "집이 대구라서 부모님과 자주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맛집' 투어할 때가 즐겁다."

= "한강에 가서 치킨과 콜라를 흡입한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 본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지난 8월에 대회를 3개나 치르다 보니 최신작은 아니다.(웃음)"

- 기보배 선수가 결혼 발표를 했다. 두 선수는 결혼 생각이 없나.

= "그동안 동갑내기 (기)보배랑 결혼 얘기를 많이 했다. 또래 친구들이 하나둘 시집을 가는데 저와 보배는 대표팀에 있다 보니 결혼 생각을 안 했다. 그랬던 보배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믿었던 너가 가면 나는 어떻게 하냐. 이러다 나 혼자 사는 거 아니냐'고 했다.(웃음) 보배야 결혼 축하해!"

= "보배 누나한테 결혼 축하한다고 말해 줬다. 저는 아직 어려서 결혼 생각은 없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연애도 하고 싶다. '양궁과 결혼할 것'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웃음)"

- 다음 달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있다.

= "태극마크는 단순히 잘한다고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힘들고 쉬고 싶은 날에도 훈련 스케줄을 다 소화해야 하는 게 대표 선수의 운명이다. 회의감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지난 8년간 그렇게 해 왔다. 이런 상황을 극복한 뒤 시합에서 10점을 쐈을 때 짜릿함, 시합 결과가 좋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기분을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느끼고 싶다. 목표는 우승이다."

= "올해 시합에서 꾸준히 잘해 왔기에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믿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가장 큰 메이저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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