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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건플러스] '성폭행 대령' 체포 뒤엔…아픈 진실

입력 2017-08-17 21:40 수정 2017-08-18 15:53

군이 손 놓고 있던 사이…피해자 아버지가 범인 자백 받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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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손 놓고 있던 사이…피해자 아버지가 범인 자백 받아내

[앵커]

오늘(17일)부터 뉴스룸은 새로운 코너를 진행합니다. 바로 '사건 플러스'입니다. 매주 목요일, 한 사건에 대한 심층 취재를 통해 감춰진 이면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첫 번째 순서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여성 해군 대위의 자살 사건입니다. 당시 해군은 'A 대위가 목을 매 자살했다'며 '상관이었던 B 대령을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A 대위 죽음과 극적인 가해자 체포까지 과정에는 아픈 진실과 우리 군의 부조리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B 대령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사람이 바로 피해자의 아버지였습니다.

사건 플러스,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A씨 아버지 : 숨겨질 줄 알고 왔지?]

[가해자 B씨 : 그렇지 않습니다.]

[A씨 아버지 : 그러면? 밝히려고 했어? 안 그랬으면 그냥 지나갔지?]

[A씨 아버지 : 이 양반이 성폭행 했다고 시인도 했고, 이놈이 범인이에요 이놈이. 제대로 수사해서 의혹 없이 현행범으로 데려가요.]

지난 5월 해군은 여성 대위 A씨가 자살했고, 이 대위를 성폭행한 대령 B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성폭행 혐의가 인정돼 가해자인 B씨를 구속하기로 했다는 짧은 브리핑도 내놨습니다.

자살한지 한 달도 되지않아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수사와 발표였습니다.

저희는 두 달여간 숨진 A씨의 가족과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재판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해군의 발표와는 전혀 다른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해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주변의 한 빌라입니다.

숨진 A씨의 아버지는 딸이 해군본부로 발령 받자 올해 초 이곳을 계약했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관사가 너무 곰팡이도 피었고 있을 수 없는 방이라 그래서 저희 어머니 적금을 깨 가지고 (집 계약을) 했어요.]

지난 5월 24일 오후 5시 30분, 아버지는 해군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딸이 출근하지 않았는데, 연락 온 게 없느냐는 겁니다.

불길한 예감에 달려온 딸의 집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저쪽에 저기. 우체국 앞에 사람들이, 병장들이 많았어요.]

딸에게는 더이상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도저히 내가 두 눈으로 보지를 못하겠더라고…]

아버지는 왜 자신의 딸이 죽었는지 해군에 물었지만 '자살했다'는 설명 뿐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군이 손 놓고 있던 사이 아버지는 마치 수사관처럼 딸의 지난 행적을 쫓았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저는 정신도 없고 그 상황에 딸 친구가 생각나더라고요. '아버님 어딥니까' 하더라고. '지금 원룸에 들어왔는데' 했더니 '그놈이 성폭행했대요']

딸이 군대 상관인 B씨에게 오랫동안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아버지는 B씨를 미친듯이 찾았습니다.

[A 대위 아버지 : 엘리베이터를 다 봉해놨어요. 제가 내려가면서 어떤 기분으로 내려갔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이 계단이 그때 당시에 저한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고요.]

결국 군중 속에서 B씨를 만난 아버지.

[A 대위 아버지 (현장에서 직접 녹음) : 성폭행한 거 맞지? (예.) 분명히 맞지? (예.) 당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어. (면목없습니다.) 면목없다고 될 일이야?]

뒤늦게 찾아온 경찰은 사실을 확인한 후 B 씨를 체포했습니다.

27살 A씨는 목포와 연평도에서 근무하며 두 차례나 표창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계룡대 해군 본부로 발령받아 기뻐했던 A씨.

이런 A씨가 다섯 달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A씨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올해 2월 A씨는 가해자 B씨를 포함해 3명과 함께 진해로 출장을 갔습니다.

네 사람은 A씨의 방에 모여 술자리를 가졌고, A씨는 가장 상관이었던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괴로워하던 A씨는 석 달 뒤 대학 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A 대위 친구 : 5월 초쯤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요새 많이 힘들다고. '평생 너한테 이걸 얘기할 수 있을까' 하더라고요. 상관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당시 모텔에서) 다들 나가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까…]

B씨는 물증이 나오자 다음날 A씨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A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추가로 성폭행을 이어갔습니다.

[A 대위 친구 : 5월 초 본인 차량에서 자살시도를 한 번 했다더라고요. 그때가 아마 정신과 치료도 다 포기했던 상태고 힘들어서 그랬을 테지만…]

16번의 정신과 치료, 한 번의 자살시도 미수.

해군에선 아무런 조사도 없었고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상관인 B씨에 가로막혀 A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군은 여전히 조직을 보호하려고만 한다고 아버지는 말합니다.

[A 대위 아버지 : 성폭행을 하라고 대령을 달아놨는지 나는 묻고 싶어요. 지위를 남용해서, 이용해서 하부조직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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