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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억짜리 애물단지…'개점 휴업' 지자체 체육시설들

입력 2017-07-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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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서 만들었지만 주민들은 외면하고 있는 곳곳의 체육시설들을 담아봤습니다. 가까이 가기가 힘든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도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 뒤에 불법 주정차 된 공사차량들이 서 있는 이곳은 수원 시내 한 실내체육관 앞입니다. 얼핏 봐도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인데요.

정부 예산 등 38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지난해 초 개관했지만, 이용객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지금부터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1984년 건립돼 노후된 기존 수원 실내체육관을 대체하기 위해 지어진 지상 3층, 최대 수용인원 4400석 규모의 농구 전용 경기장입니다.

한때 프로농구단이 이곳으로 연고지를 옮겨온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이전 계획이 무산된 이후, 단체행사나 아시아 여자핸드볼 대회 등 대규모 경기 행사장으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 헬스장을 이용하는 시민들만 눈에 띌 뿐 실내체육관 출입문 곳곳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한적한 주차장은 인근 주민들의 주차 연습공간이 됐습니다.

아직 주택 개발이 한창인 외곽지역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은데다, 정작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시설도 없기 때문입니다.

체육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이곳에서 버스에서 내린 뒤 체육관까지 걸어가야 하는데요.

하지만 버스 정류장 안팎 어디를 찾아봐도 체육관까지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표지문구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스마트폰 길 찾기 앱을 이용해서 한 번 봤더니, 제가 서 있는 이곳에서부터 약 1.4km, 20분 정도를 걸어 가야 한다고 나옵니다.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곧바로 체육관까지 가는 길이 있지만, 처음 길을 찾는 시민들에겐 어려움이 따릅니다.

[류정국/경기 수원시 금곡동 : 여기 오시는 분 거의 반 이상은 위치를 물어볼걸요. 좀 거리가 떨어져 있죠. 버스에서 내려서도 보이면 찾아갈 텐데 보이지도 않으니까 많이 불편한 거 같아요.]

개관 이후 지난달까지 1년 4개월 동안의 실내 체육관 사용기간도 절반에 못 미칩니다.

주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냅니다.

[권민정/경기 수원시 금곡동 : 있으나 마나지 뭐. 무용지물이지. 우리 같은 서민이 막 이렇게 쓸 수 있고 그런 데가 아니니까. 1억원을 들이더라도 우리가 꼭 필요한 걸 만들어주면 활용이 많이 되는데…]

지자체 측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체육관과 전용구장인 전문체육관의 설립 취지가 다른 데서 빚어진 오해라고 말합니다.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 : 맨날 놀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전문 체육관들 한계가…주중에는 거의 사용이 없다는 겁니다. 다목적 체육관은 일반인 대상으로 하죠. 전용 체육관들은 그런 게 없습니다. 대관을 해야 되니까.]

다목적 체육관 보다 규모가 큰 전문 체육관 특성상 대관하는데 드는 비용도 더 비쌀 수 밖에 없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용인시가 올 연말 완공 예정인 시민체육공원은 부지 22만㎡, 축구장 30개 규모에 최대 3만 7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경기장입니다.

공사가 시작된 지 7년 6개월째,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만 32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체육시설입니다.

하지만 국제경기 유치를 위한 보조경기장 건립은 보류됐고, 주변 교통 여건도 열악해 향후 활용방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정작 지역 주민들에겐 외면받는 처지에 놓인 체육시설들. 결국 어떻게 쓰임새 있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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