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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름 모를 잡초…잡초는 없다'

입력 2017-07-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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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나훈아 씨의 노래 '잡초'…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싶니까?

정말 그럴까…잡초는 정말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까…

그 답은 한 철학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전북 변산에서 흙을 만지는 철학자 윤구병 선생은 본디 농부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교수 자리를 버리고 풋내기 농사꾼을 자처하던 시절에 잡초로만 보이는 풀들을 잔뜩 뽑아버렸는데 알고 보니 그 잡초는 제각기 이름을 지닌 들풀이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별꽃나물이고 또 하나는 광대나물… 모두 맛있는 나물이자 약초였다. 그걸 모르고… 함부로 뽑아 썩혀 버렸으니 굴러온 복을 걷어찬 셈이 되었다"

세상은 마음에 들지 않는 풀을 잡초라고 부르지만 세상에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디언들의 언어에도 '잡초'라는 말은 없다고 합니다.

'지잡'…지방에서 태어나…혹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역의 대학을 나왔을 뿐인데…자칭 혹은 타칭으로 따라붙는다는 이 잔인한 단어.

서울과 지방을 구별하는 것도 모자라서 대학에는 순번을 매기고 요즘은 부모의 재력까지 등급이 나누어지니… '부모의 재력도 능력' 이라던 누군가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할큅니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정부가 인재를 채용하는데 있어 편견의 눈을 가리겠다고 나섰습니다.

편견이든 선입관이든 모두 지우고 모두를 똑같은 들꽃으로 여기겠다는 것이죠.

세상이 제시한 기준을 채우지 못해 잡풀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을까…

풋내기 농사꾼 시절, 이름 모를 풀들을 죄다 뽑아낸 뒤 망연자실했다던 윤구병 선생은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망초도 씀바귀도 쇠비름도 마디풀도 다 나물거리고 약초다.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잡초 같은 인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쯤되면 나훈아 씨의 노래 가사는 틀려버린 셈이지요.

오늘(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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